드라마처럼

by 이가연

중국 드라마는 보통 판타지를 봤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너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니, '저게 진짜 사랑이다..' 하면서 봤다. 현대극은 잘 안 보고 오랜만이었는데, 아픈 데가 툭툭 건드려졌다.

하필 여주에 몰입될만한 드라마를 골랐다. 여주는 남주를 2년 동안 몰래 짝사랑했다. 여주는 부잣집 딸이었고, 남주는 혼자 다 감당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선 여주 부모님이 반대를 했지만, 우리 집은 상관하지 않을 거란 거?

아, 제일 다른 건 남주의 얼굴이다.

남주가 여주에게 그동안 너무 울렸다며,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며, 이제 다 알았으니 앞으로 함께할 날들을 이야기했다.

내가 대리 치유가 되는 건지, 아니면 아픈 데가 더 파헤쳐지는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건, 저런 말들을 매우 듣고 싶어 한단 거다. 주토피아 2 봤을 때도 딱 닉이 주디에게 그동안 못했던 말을 토로할 때 심장에 턱 걸렸다. 그렇게 자기감정 마주하고 말하는 거 안 해봤다고. 자기도 서툴러서 그랬다고.

드라마라서 부러웠던 건, 남주의 얼굴이나 다른 면이 아니었다. 잘생긴 사람 보면 그냥 웃고 마는 거다. 옷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예쁜 옷을 발견해서 사도, 그걸 하루 종일 끌어안고 싶다거나 옷에 내 영혼이 담겨있다고 느끼진 않는 것과 같다. 특히 나는 잘생긴 거, 친절한 거 그런 거로는 한두 달이면 싫어하는 걸 평생에 걸쳐 확인했다.


부러웠던 건, 여주가 남주 연락을 계속 안 보고 있었는데, 노래방에서 남주를 마주쳤기 때문이다. 마주쳤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창원에 마주치고 싶어서 가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두 번 정도 '그건 창원 무시하는 거다.'라고 받아친 적이 있다. 창원이 뭐 백화점이냐. 마주치고 싶어서 갔던 건 영국이다. 거긴 길 가다가 아는 사람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동네 하나'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오늘은 '이 사랑' 시즌 2를 쓰려다가 말았다. 난 실화를 바탕으로밖에 쓸 수가 없는데, 1화 하나면 몰라도 2화, 3화까지 계속 남주가 등장하지 않고서는 독자들도 답답하다. 내가 혼자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는 별로 쓰고 싶지가 않다. 저 중국 드라마에서는, 여주가 대학생이 되고 남주를 마주치면서 마치 시즌2처럼 전개가 되었다. 마주치는 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니 안 되겠지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언제가 되든 기다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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