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도 좋았고, 런던도 좋았는데 사우스햄튼이라고 완전 별로겠어?
완전 별로였다. 그 땐 그랬다.
처음엔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학교로 답사를 떠났다. 답사 겸 여름 프로그램 수강을 위해서였다. 단순 답사가 아니라 진짜 미국인 학생들과 같이 여름 프로그램 수업을 듣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처음 혼자 패키지여행도, 가족 여행도 아닌 해외에 가는 것이 치안 안 좋다고 유명한 미국 LA이라니. 그것도 학교는 할리우드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그럼에도 무섭지 않고 설렜다. 그해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이자 행복이었다.
그다음은 같은 해 겨울 스페인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스페인 버클리 캠퍼스 투어 겸 발렌시아 여행을 했다. 아마 스페인 버클리 투어가 아니었으면 발렌시아 도시는 갈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여유롭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마지막으로 발렌시아에서 런던으로 건너가 세 학교를 방문했다. 그렇게 대학원 진학을 위해 총 다섯 군데 학교를 방문하고 최종적으론 가보지도 않은 사우스햄튼 학교를 선택했다. 만약에 킹스턴을 갔다면, 만약에 엘에이를 갔다면과 같은 이 '만약에'의 늪에서 그동안 한참을 보냈다.
마약 냄새가 심하고 대중교통이 없다 싶고 캠퍼스 라이프가 없는 LA의 단점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킹스턴에 갔으면 런던 시내와 가까워서 정말 덜 고생하고 유학 생활을 보냈을 수 있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건 모르는 일이다'라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
그런데 더 이상 억지로 위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우스햄튼에서 많은 것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가장 강력한 건, 영국 유학 생활 동안 쓴 수많은 곡이다. 엘에이, 킹스턴 그 어디를 갔어도 그렇게 곡을 많이 쓰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있다. 내가 쓴 곡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절대 똑같이 만날 수 없다. 내게는 최고의 곡, 최고의 사람들이었다. 사우스햄튼을 선택했기에 내가 겪었던 그 모든 일들은, 나를 너무나 성장시켰다.
그렇게 미국, 스페인, 영국을 혼자 방문하며 대학원 답사를 하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사우스햄튼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처음 대학원 답사를 위해 LA에 도착했을 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늘 새로운 장소와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