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곡 쓰기는 중학교 때부터 해온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는 방법이다. 태어나 처음 완성해 본 곡은 중3 11월에 쓴 곡으로, 짝사랑을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썼다. 곡 쓰기에만 그치지 않고,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도 남겼다. 중학생이 썼음에도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 웹드라마로 탄생할 수 있을 작품 같다. 이번에도 중 3 때와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웹소설을 써보았다. 추후 독립출판을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가 그동안 살면서 짝사랑 때문에 힘들어해 왔다고 말하면 흔히 '고백해 보지 그랬냐'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까지 다 알게 된다. 정말 사랑한다면 "여자가 그 정도까지 한다고?"싶을 정도로 쏟아부은 적도 있다.
직접 당사자들과 얘기해 본 적은 없지만, 부담스러웠던 건지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 미안했던 건지 늘 고통의 핵심은 '연락 두절'에 있었다. 내 자작곡 테마가 비슷하단 건, 수많은 경험 중에 내가 영감을 받아 곡을 쓰게 되는 경험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거나, 이별을 해서 나온 곡은 없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제일 고통스럽게 느껴 곡이 마구 나온다. 연락이 올 때까지 1분 1초도 편하게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곡도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 나간다.
발매곡 가사를 통해 알아보자.
'널 좋아하나 봐' : 너는 내 전활 받지 않고 내 연락도 받질 않아.
'착해 빠진 게 아냐' : 내가 먼저 전활 걸면 넌 받을 리 없고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곤 말도 없네.
'Rest In Peace' :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분명 고통이다. 그런데 예술이 되고, 기쁨이 된다. 벌써 12년째 이어지는 이러한 과정을 보며, 인생은 반복이고 과거 속에 답이 있다고 느꼈다. 자작곡을 녹음에서 친구에게만 들려주다가 이제는 쓰자마자 곧바로 유튜브에 올리고, 시나리오를 써서 혼자만 간직하다가 이제는 웹소설로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한다. '내가 또 이러네. 또 이 혼자하는 사랑의 늪에 빠졌네.' 하며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 과정을 통해 늘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
과거엔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으면 곡으로 써야만, 뭐라도 남겨야만 경험을 보람이 있는 것 같아 헤어지고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연애를 통해 한 곡도 쓴 적이 없단 건, 연애를 통해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안다. 정말 고통이었고 사랑이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곡을 쓰고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