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팝 안의 샹송

by 이가연

꼭 남들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팝, 발라드만 좀 불렀을 뿐, 실용음악과라면 응당 하는 재즈, R&B 같은 다양한 장르에 처음부터 관심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억지로 듣긴 하는데, 억지로 듣는 수준이다. 의무감으로 해선 잘할 수가 없다. 다 잘하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 할까. '성시경' 하면 떠오르는 게 '발라드'인 것처럼...


한국에서 샹송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로는 스텔라장 밖에 못 들어봤다. 6개 국어를 한다고 해도 다 그분을 언급한다. 하지만 나와 그분은 엄연히 분야가 다르다. 내 목소리에는 애달픔과 발라드가 있다.


작년까지 공연팀 지원할 때는 '디즈니 / 올드팝 / 자작곡'으로 분류하여 소개하였다. 이것은 나의 포트폴리오 파일 일부다. (나도 디자인이 아쉽다고 생각하는데, 뮤지션이지 디자인 직무 지원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쓴다. 나는.. 학과 특성상 PPT 발표할 일이 한 세네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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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량대표아적심', '오 샹젤리제'와 같은 영어가 아닌 외국어 가사 곡들을 그냥 모아서 '올드팝' 카테고리에 넣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올드팝 하위 카테고리로 '샹송'을 추가하고자 한다. 이미 '오 샹젤리제'는 툭 쳐도 나올 만큼 공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1-2주 동안 한 곡 더 가사를 달달 외워 레퍼토리화 했다. 1968년에 발매된 'Comment te dire adieu'라는 곡으로, 엄마도 아는 곡이다.


다음으로 연습할 곡은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다. 이 노래도 무려 1950년 발매곡이다. 그러니 모두 올드팝 범주에 속한다. 에디트 피아프의 또 다른 곡으론 'La vie en rose'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다 들어봤다. 한국에선 어느 장소에서 불러도 다 어울린다.


여담으로 일본 노래는 아직 괜찮은 노래를 못 찾아서 레퍼토리가 없다. 예를 들어, 요네즈 켄지의 'Lemon' 같은 곡은 2030 세대나 많이 아는 곡이지, 4050 세대는 '저거 뭔 말이여?' 싶을 거다. 내가 하는 야외 공연은, 어린아이들부터 노인 세대까지 전부 모일 때가 많다. 그래서 세대를 아우르는 선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실용음악과 입시할 때부터 입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심사위원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을 심사해야하는데, 뽝 터지는 고음이나 임팩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곡만 파서 실용음악과 계의 서울대인 서울예대에 가도, 90% 이상 음악을 놓는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잘하는 스타일을 알고 끊임없이 개발하며 아티스트로서 욕심이 있지 않으면 졸업하고 할 게 없다. 입시할 때부터 '이 학교는 재즈를 해야 한다더라', '이 학교는 뭘 좋아한다더라'라는 말을 무시했다. 내가 실용음악과 합격했던 곡은, 입시 학원들에서 다 반대했던 곡이다.


그런 남들과 다른 점이 있어야, 남들과 다르게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거 같다. 올해는 또 어떤 공연들을 만들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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