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음악 산업 백서

by 이가연

p20 지역별로는 수도권 편중 현상이 지속되어 서울 경기 인천에서 전국 티켓 예매 수의 75.3%, 티켓 판매액의 79.1%를 차지했다.

- 한국의 수도권 편중 현상은 좀 심각하다. 영국만 해도 런던에만 편중되어 있지 않을 것 같아서 찾아보니, 런던은 30% 정도다.


p23 2015년 이후 2023년까지 약 10년간 지속되던 실물 음반의 판매와 수출 증가 추세 또한 2024년에 들어 처음으로 반전되었다. 100만 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종류도 2023년 33종에서 2024년 20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남성 그룹이었다. 이는 실물 음반 판매 감소가 산업 전반의 침체라기보다, 판매량이 일부 상위권 남성 그룹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적 한계에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팬사인회 응모만을 위해 대량의 앨범을 구매하는 것이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지 알 거라 생각한다. 아예 열어보지도 않고 버리거나, 열어서 포토카드만 챙기고 버린다. 소비자 피로감이 누적되었다고 한다. 진작 그랬어야 하는 일이다.


p32 2024년 케이팝산업에서는 익숙한 구조와 기획 공식을 넘어 장르 다양성과 음악적 실연 역량에 관한 관심이 확대되었다. 중심에는 밴드 음악의 부상이 있다.

- 나도 데이식스, 엔플라잉과 같은 아이돌 밴드 열풍에 좀 놀랐었다. 라떼도 FT 아일랜드, 씨엔블루가 있었다만... 한동안 다른 아이돌 밴드는 그다지 안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4세대에 접어들면서 남자 아이돌은 확 죽고, 여자 아이돌이 강세를 보였다. 나는 케이팝 밴드의 부상이 제법 반가웠다.


p34 대표적으로 JYP 엔터테인먼트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와 데이식스의 활동에서 멤버 개별 연주 실력과 자작곡 참여 비중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 두 팀 모두 사전 공개되는 연습 영상, 리허설 클립, 라이브 티저 등을 통해 공연 중심 팬덤 전략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 나도 단독 공연하고 싶다. 그러면 연습 영상, 리허설 클립, 라이브 티저 모두 재밌게 올릴 텐데.


최근의 밴드는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계성 중심 서사와 예능형 캐릭터 소비 구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2024년 컴백한 밴드 루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미니 6집 선공개 곡 '잠깨' 발표 당시, 멤버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일상을 코믹툰 형식으로 구성한 숏폼 시리즈를 SNS 채널에 게재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팬들과의 친밀감, 일상성, 캐릭터 서사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밴드 음악가들이 전통적인 록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돌 콘텐츠의 문법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 다른 아티스트들이 어떤 식으로 SNS를 운영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랑 너무 멀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엄두도 못 낼 퀄리티의 사진과 영상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툰은 최근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림을 못 그려도 요즘엔 다 가능하니까.


p35 데이식스는 2024년 정규 2집 'Fourever' 활동 중 음원 녹음, 앨범 아트 제작, 리허설 장면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순차 공개했다. 해당 콘텐츠는 단편적 비하인드 영상이 아닌, 앨범 제작 전 과정을 시계열로 구성한 장기 기획 콘텐츠로, 팬들이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실시간에 가깝게 공유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밴드형 아이돌이 라이브 실연 중심 전략을 넘어, 창작-제작-공유까지 이어지는 콘텐츠 구조 내에서 팬 경험을 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중략)

- '팬 경험 설계'라는 말에서, 나의 타로 채널이 떠오른다. 최근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서 설문조사를 종종 올렸다. 내가 그냥 궁금하고 하고 싶어서도 있지만, 그만큼 구독자들이 이 채널에 참여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함도 있었다.


p38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2024년 단독 콘서트에서 드럼스틱 콘셉트의 라이브스틱과 투어 한정 피켓 등 밴드 전용 굿즈를 선보였으며 (중략) 일부 밴드들은 합주 영상, 악보 PDF 등을 유료 콘텐츠로 전환하면서 연주 기반의 팬덤 참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 그러고 보면 나는 어떻게 굿즈를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악보 사이트에 칼림바 악보 5개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다 할 줄 안다... 유명해지기만 하면 된다.


p39 밴드 음악의 부상은 케이팝이 퍼포먼스 중심 아이돌 음악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주 기반 실연과 음악성을 포함하는 다층적 음악 장르로 위상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 그렇지만 내 음악을 케이팝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케이팝'은 아이돌이다. 밴드 음악의 부상 중심에는 대형 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밴드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춤만 추는 아이돌이 케이팝을 대표하는 것보다, 나도 반가운 부분이다. 이제 K-발라드, K-인디도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p60 공연, 라이브는 디지털 형태로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물성의 영역이다. AI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현장의 직접 경험과 공동체성이 더 큰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 결국 라이브를 잘하는 가수가 살아남는다. 멘트를 재밌게 잘해서 '이 가수는 무슨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콘서트가 재밌냐.' 싶은 가수가 되어도 좋을 거 같다.


p69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24년 말부터 AI로 생성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제한하는 명확한 정책을 시행했다.

- 하지만 현실적으로, 작곡가 개인 양심에 맡긴다. 과연 사람들이 다 양심적일까. 하긴 AI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표절을 해댔다.


p80 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K-Pop 팬은 1분가량의 영상통화를 위해 최대 150장의 앨범을 구매했다는 말과 함께, 이는 인도네시아 사회 초년생의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약 11개월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이라며 불합리한 현상을 지적했다.

- 한두 명만 그러는 거면 '저 사람 참 유별나네'할 일이지만, 아이돌 팬덤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란 게 문제다. 이건 그들을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해리포터 영화에 나오는 위즐리 형제 배우에게 영상을 의뢰하는데 십만 원대밖에 하지 않았던 점이 떠오른다. 당시 나에겐 그 십몇 만원도 부담스러워서 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하이 가연" 어쩌고저쩌고 하는 영상을 보내주는데 십만 원대였는데, 아이돌은 일 분 영상통화에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p91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 팬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밴드 음악의 외연을 넓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디 음악 고유의 정체성, 즉 아티스트와 팬이 소규모 공동체 속에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던 '관계의 끈끈함'을 희석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또한, 멀티 레이블 체제 도입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인디 음악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대형화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매우 동의한다. 나도 데이식스, 엔플라잉, 루시 음악을 즐겨 듣지만 거기에 누가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데이식스를 '아이돌 밴드'라고 거듭 칭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p95 K-pop산업은 규모의 성장에 걸맞은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와 내부 소통 시스템 부재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 한마디로 겉은 삼성인데, 속은 어디 중소기업처럼 돌아가는 곳이 매우 많다.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엔터 취업을 희망하는데, 실용음악과 다녀서 안다. 엔터 업계는 그냥 다 최저임금이다.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구조가 잘 될 수 없다. 아티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티스트가 행복할 수 있나.


출처 : 2025 음악 산업 백서/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학 실용음악과 다닐 때부터 거의 매년 열심히 읽고 있다. 꼭 뮤지션, 업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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