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전시 : 밤풍경 외

by 이가연

한국 여행 온 외국인처럼 살자.


전부터 그렇게 좀 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혼자 나가기가 귀찮아서 집콕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제 입춘도 지났고, 병오년의 기운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병오년은 불타는 해다. 2월 되고 에너지가 심상치 않다. 최근에 꽂힌 건, 미술과 전시회다. 오늘은 박물관을 찾았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예전에 할머니랑도 온 적이 있다. 할머니가 "사발 자동차인 줄 알았는데, 시발 자동차네." 하셔가지고 빵 터졌던 적이 있다.


오늘은 상설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 첫 번째 전시는 '밤풍경'이다.



마지막 문장이 와닿았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12시만 되면 통행금지라 유치장에 갇힌다는 걸 보고 '미친 거 아닌가' 싶겠지만, 똑같이 30년, 50년 뒤에는 '성별이 뭐라고, 남자랑 남자랑, 여자랑 여자랑 결혼을 못 하게 했다니 미친 거 아닌가' 싶을 것이다. 그런 게 아주 많아지게 되어있다.



'밤 12시 이후에 걸어 다닐 자유'가 멋진 새해 선물이라고 신문에 나와 있다. 그게 무슨 1952년도 아니고, 1982년이라는 게 그때 태어나지 않았어서 사실 좀 놀랍다.



'오 나 저거 들어봤는데' 싶은 라디오 소리가 들리길래 귀 기울여봤다. '응답하라 1988'에 <별이 빛나는 밤에>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은 그래도 카세트테이프와 라디오를 접해본 세대다. 나도 내 방에 카세트테이프기가 있었다. 그걸로 라디오도 가끔 들었다. 사실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만 안다... (지금도 슈퍼주니어 좋아한다.)



박물관보다 미술관을 더 좋아하는데, 머나먼 옛날이 아니라 불과 30-50년 전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자유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새겨졌다.


다음은 바로 옆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 전시를 관람했다.



케이팝이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그렇지, 영어 범벅인 노랫말을 보면 얼마나 기가 차실까... 데뷔곡을 제외하고 전부 한국어로만 가사를 쓰고 있다. 영국에 남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아무리 봐도 나는 한국어로 자작곡 부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방송계에 남아있는 일본말을 강하게 비판하고 싶다. 예전에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마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냥 끝이라고 하면 되지, 그런 단어를 쓰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대표적으로 노래에서는 '사비'가 있다. '후렴'이라고 하면 될 것을. 업계에서 일하려면 이런 말을 알아야 된다고 한다든가,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도 '사비'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봤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



찾아보니 현재 공식 문맹률은 1% 미만이라고 한다. 예전에 어르신 한글 편지 쓰기 봐드리는 봉사 활동을 간 적이 있다. 아무리 일제강점기였어도 암암리에 한글은 알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광복 직후 문맹률이 78%나 됐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말로 가사를 쓰겠다.

나는 앞으로도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내겠다.

나는 앞으로도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쳐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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