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 예약한 센과 치히로 연극을 드디어 봤다. 나름 치열한 티켓팅이었다. 7열 정중앙이면 자리를 잘 잡은 편이다. 다만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무대가 멀게 느껴졌다. 7열이라 오페라글라스를 안 챙겼는데, 역시 앞으론 맨 앞이 아닌 이상 챙기겠다. 배우들 눈코입도 안 보여서 아쉬웠다. (이건 뭐.. 렌즈삽입술을 했어도 시력 1.0이 안 나오는 탓이다.)
일본어로 진행되는데, 무대 위, 양 사이드에 자막이 나온다. 자막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뒷자리 사람들은 잘 보일지 모르겠다.
내용이 간단한데 은근 깨달을 점 많다. 극 초반에 치히로가 그만 돌아가자고 하는데도, 엄마아빠는 계속 주인도 없는데 음식을 먹다가 돼지가 되고 만다. 역시 어른이라고 다 옳은 게 아니고, 나이 어린 사람 말도 무시하지 말고 들어야 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맹한 치히로를 하쿠가 도와준다. 하쿠 말고도 가마 할아범, 린이 있었기에 유바바에게 새끼 돼지로 변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치히로가 오물신을 잘 처리하니,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굴었던 유바바도 치히로를 인정해 준다. 사람은 한 가지 면만 보면 안 된단 것도 느꼈다.
오물신이 가고 1막이 끝나며, 2막에서는 하쿠가 위험에 처해 치히로가 도와준다. 영화 볼 때와 다르게, 연극을 보면서는 유바바 캐릭터가 매력 있게 느껴졌다. 악역임에도 자신의 아이라면 꼼짝을 못 하는 입체적인 악역이라 좋았다.
런던에서 봤던 '이웃집 토토로' 연극이 생각났다. 둘 다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이라면, 연극도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다. 오케스트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영화보다 배로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