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일본에 무려 6일 동안 가 계시고, 동생은 부산 갔다가 오긴 왔는데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새벽 1시는 되어야 들어온다.
할머니집에 혼자 왔다. 혼자 사시고 비슷하기 때문이다. 봄 되면 얼른 할머니랑 또 나들이 가고 싶다.
오늘은 할머니 핸드폰에 챗지피티를 깔고, 사용법을 설명드렸다. 카톡을 하시는데 챗지피티를 못 하실 이유가 뭔가. 영국에서 페이스톡도 했다. 아직까지 아무도 안 알려드렸다는 게 슬플 정도였다. 배경화면에 어플을 깔아 두면 한 번만 클릭하면 채팅창이 바로 나온다.
부정적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한도 끝도 없다. '이야 우리 가족은 다 나가서 즐겁게 보내고 있는데, 나는 뭐 며칠째 혼자 집 지켜? 혼자 서점 가서 책 보고 오는 게 다야?' 하다가 정신 차리고 할머니 보러 왔다. 대화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 굿 리스너시다.
뭔지 모를 음식도 꼬챙이에 껴서 만들고, 불타는 트롯맨도 봤다. 할머니가 남자들이 부르는 게 더 좋다고, 여자들은 영 파이다고 하시길래... 다시금 '아 맞다 나 사투리 옮겠네.' 싶었다. 고향이 경상도에 가까운 충청도이신데, 자주 가신다. 그래서 난 방금도 문짝 가지고 "왜 안 닫히노" 혼잣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야지!' 외치고 시작했는데, 오늘은 그게 참 안 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급성 우울 증상 비상약으로 쓰는 ADHD 약 한 알 먹고 할머니집으로 나섰다. 의지로 안 되니까 약이란 게 있는 것이고, 약을 먹는 것도 내 의지와 노력이다. 내가 선택해서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다.
어젯밤엔 오래간만에 울었다. 나가서 걸어도, 글을 써도, 도저히 하나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건, ADHD 탓이 사실 엄청 클 수밖에 없다. 타고난 뇌가 다르니, 함부로 사람들이 조언할 수 없고, 그 어떤 유튜브나 책을 봐도 나한테 적용 안 되는 게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나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선택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