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프랑스어 하기

by 이가연

박물관에 가서 프랑스인 친구를 사귀고 오다니, 삶은 역시 좋은 일로 가득하구나.

물론 내가 이렇게 연락처 교환해서 오래 못 간 외국인들이 무지막지하게 많다. 그렇지만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누군가에게 말 걸어본 건 처음이라 가슴이 벅찼다. 파리 갔을 때, 식당에서 음식 주문할 때나 써봤다.

원래 외국인에게 말 거는데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나 치고 상당히 오래 걸렸다. 프리토킹 가능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니니까....

5분 정도 근처에서 뒤꽁무니 따라다니면서 들어보니, 프랑스어가 확실했다. 어쩌면 프랑스인 지인이 생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눈 질끈 감고 말을 걸었다.

"Excusez-moi" (Excuse me) 하는 순간부터 표정이 밝아지셨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한국에서 한국인이 자국어로 말을 거는데 그럼 "썩 꺼지시지" 표정으로 쳐다보겠나. 보통 일본인이나 중국인은 깜짝 놀란다. 일본인은 특히 특유의 "에!!!!!"하는 리액션이 있어서, 일본인에게 말 거는 거 좋아한다.

하물며 불어하는 한국인은 얼마나 귀한가. 게다가 엄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셨다. 그럼 기본적으로 따뜻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인이냐 물어본 다음에, 영어 할 줄 아시냐 물어봤다. 어쩌고 저쩌고 말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영어를 못 한다고 한다면 아쉽게 바이바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셨다. 전시관에서 말을 걸었기 때문에, 영어로 좀 설명드렸다. 전시관에 영어 해설이 쓰여있긴 한데, 없는 것도 많았다. 위안부 소녀상이 있길래 설명드렸는데, 이미 알고 계셨다. 알고 계셨기에 망정이지, 아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설명을 잘할 수 있을까. 한국사를 영어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잘 알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이런 전시관을 보게 된다면, 영어 해설로 읽어야겠다.

서울 어디 사시냐고 물어봤는데, 서래 마을이라고 하셨다. 답 들으니까 내가 아주 당연한 걸 물었구나 싶었다. 계속 한국 사신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언어 교환 친구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삶은 예상하지 못한 선물로 가득하다'라는 생각을 자주 해줬는데, 실제로 점점 좋은 일이 일어나니 기쁘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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