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by 이가연

타로로도 미래를 볼 수 있는데, 왜 사주까지 공부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마음이 불안정하면 타로가 잘못 뽑히기 때문입니다. 카드도 잘 안 뽑히고, 당연히 해석도 잘 안 됩니다. 타로가 신뢰를 잃습니다. 그런데 사주는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둘째, 타로는 가까운 미래만 볼 수 있습니다. 최대 6개월인데, 저는 6개월도 너무 긴 것 같아요. 길수록 각종 변수와 인간의 의지가 개입이 되기에, 3개월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저는 내년, 내후년 같은 먼 미래 운세는 딱히 관심이 없기 때문에, 첫 번째 이유가 큽니다.


아래는 만세력인데요. 인터넷에 무료 만세력을 검색하면,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차트입니다. 운세 달력인 셈이죠.


지난 몇 년 동안, 이 사주 운세 임상을 쌓았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2월 17일, 정인 정재라고 쓰여있죠. 색깔로는 검은색 (수), 노란색 (토) 기운입니다. 그러면, 과거 정인 정재 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보는 것보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단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임상에 따르면, 붉은색 (화) 기운이 들어올 때 저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하고, 예술적인 이벤트가 있으면 성과도 좋습니다. 그래서 공연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면, 화 기운이 들어오는 날에 잡는 게 더 좋습니다. 실제로 화 기운이 들어오는 달, 해에는 공연이 많이 잡히기도 하고요. 지난주 11일부터 13일까지 화 기운이 들어왔었는데, 브런치에 쓴 글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단 걸요.


하지만 15-16일에는 하얀색 (금) 기운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총 5가지 기운이 있는데, 그중 저 하얀색을 제일 싫어합니다. 저는 을목 일간을 가진, 물상이 작은 나무, 꽃과 같은 사람인데요. 금은 칼이라 그런 작은 나무를 베어버립니다. 그래서 금 기운이 들어오면 쉽게 짜증 나고, 마음이 힘듭니다.


오늘인 17일부터 19일까지는 검은색 (수) 기운이 들어옵니다. 금 기운 다음으로 안 좋아합니다. 수는 물이라 고이게 되고, 우울해지기 쉽거든요. 아무리 어떻게든 공원 산책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해도 잘 안 사라져요. 내일은 그런 수 기운이 기둥으로 들어오니, 오늘보다 더 조심해야겠죠. 영화를 예매해서 강제로 주입하는 것도 좋아보여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 기분 좋고 신났었는데, 요 며칠 되게 힘드네' 하다가도 사주 달력을 보면 이유를 알게 됩니다. 그게 정말 중요해요. 사람은 이유를 모르면 힘듭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이런 우중충한 기분이 영원히 지속될 거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하지만 사주를 공부하면, '아 내가 지금 이래서 이렇고, 주말쯤 가면 다시 기운 살아나겠네' 하고 알게 됩니다.


사람이 항상 기분 좋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항상 좋아야될 것만 같고 슬픈 걸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사주 공부가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받아들이게 도왔어요.


이건 일진만 본 거라, 작고 간단한 예시입니다. 월운, 세운(년운), 대운(10년마다 바뀌는 운)이 있어요. 뒤로 갈수록 영향이 셉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불이 기둥으로 들어오는 해예요. 공연도 많이 잡히고, 예술적으로 잘 나가게 될 거란 걸... 이미 몇 년 전부터 알았습니다.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불 기둥이라, 올해는 제가 열심히 한 만큼 다 드러나고, 성과가 나올 것을 알아요. 그걸 생각하면, 자잘하게 일진이 며칠 연속 좀 나빠도 '맞네...' 하고 기분이 좀 나아져요.


예를 들어, 2월과 3월 표를 보면 색깔이 똑같은데 글씨가 다르죠? 2월 겁재보다 3월 비견이 나은 걸 알아요. 2월보다 3월이 무조건 더 나을 걸 미리 알면 얼마나 위안이 되는데요.


언제 나에게 좋은 기운이 오는지 미리 아는 것은, 우울증에 정말 좋습니다..... 전 원래 우울증 약을 필요로 했는데, 이제 일 년에 가끔만 필요하게 된 이유가 사주 공부를 해서일 수도 있어요.


사주적으로 이런 기운이 들어와서 힘들구나. 예민하구나. 우울하구나.

언제 이런 기운이 들어와서 좋아지겠구나.

저 사람은 이래서 나랑 잘 맞는구나. 감사하다.

저 사람이랑 나는 질긴 인연이다. 저 사람 사주는 나 같은 사주를 보면 신경 쓰이고 챙겨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 마음을 무시했다간 본인이 미쳐 돌아가신다... 태산이라서 절대 안 움직일 거 같은데, 한 번 움직이면 평생 간다.. 평생 인형 옷 입히기 해주고 싶어 한다. 나 학교 티 세 벌만 번갈아 입는데...


^^


중학교 때부터 상담실을 밥 먹듯이 드나든 저는 그 정도면 마음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도 안 되던 건 사주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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