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난 소속이 없었다. 소속감은 인간에게 중요한 욕구다. 그래서 난 영국 학교에서 소속감을 느낄 만한 행동들을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했다. 돌아보면 그 소속감에 행복해했다.
졸업하고 영국에 갈 때마다 커리어 팀을 찾았다. 졸업 후 5년까지 영국에서 뭐라도 하고 싶으면 커리어팀과 상의하면 된다. 참 훌륭한 제도다. 한국에 이렇게 잘 되어 있는 학교가 있나 싶다. 이력서 첨삭이나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15분 세션도 있고, 45분 종합 컨설팅도 있다. 2029년까지 무제한이다.
지난 9월 방문했을 땐, 여전히 영국 취직에 미련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상의했다. 이번엔 문득 영국 페스티벌에 이렇게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9월엔 뮤직 커리어 세션 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대면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도 해주면 안 되냐고 메일을 보냈다.
오랜만에 학교 사람을 마주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학생 시절 뮤직 커리어 세션에서 만나던 분은 출산 휴가를 가셔서, 새로운 분을 만났다. (내가 얼마나 이 커리어 세션을 좋아하던지, 출산 휴가 가신 분과 인터뷰 내용도 나의 책 '영국에서 찾은 삶의 멜로디'에 수록되어 있다.)
먼저 지금까지 페스티벌에 뿌리고 있던 PPT 슬라이드를 공유했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바쁜 사람들인데, 첫 장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음악을 하는지는 세 번째 슬라이드에 나와 있는데' 싶지만, 애초에 세 번째 슬라이드까지 안 볼 수도 있다. 내가 만든 첫 장은 다소 딱딱하고 이력서 같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래는 한국어 버전이다.
그래서 뭔 음악을 하는지 진짜 첫 장에 안 나와있었다. (글씨가 작죠. 클릭하면 확대 가능해요.)
여기 다 적었거늘...
저기 손가락 클릭 표시가 있게 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영국에 갈 때마다 만나는 음악학부 교수 한 분이 계신데, 최근에 이 슬라이드를 보내드린 적이 있었다. "너 노래 링크는 없어?" 하시길래, '엥... 링크 다 적혀있는데..' 싶었다. 그래서 링크가 더 잘 보이도록 클릭 표시를 넣었다...
이미 구글에 검색해서 나올 수 있는 영국 페스티벌이란 페스티벌은 다 탈탈 털어서, 더 지원할 수 있는 데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오늘 세션을 신청한 이유가 있다. 어차피 계속 영국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그러면 이에 대해 잘 아는 건 영국인이다.
그리고 오늘 세션에서 들은 내용은 비단 영국에 지원할 때만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어 버전 PPT도 똑같이 수정하면 된다. "첫 장에 너의 creativity(창의성)를 어떻게 넣을 수 있겠니?" 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재미없게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너 사우스햄튼에서도 꽤나 많은 활동을 했구나." 얘기도 들어서 뿌듯했다. 난 2023-2024년 학생 때 영국에 8개월도 살지 않았기에, 2025년에 쌓은 경력은 진짜 영국을 향한 내 애정 기반이다. 가끔 '기회가 있을 때 더 했어야 하는데... 더 했어야 하는데..' 싶지만 웃기는 소리다. 아주 아주 최선이었다. (툭하면 학교 웰빙팀을 찾아가 상담 받았다.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데!)
"Keep trying, keep improving."
계속 노력하고, 계속 발전해.
계속 이렇게 나아가면 된다. 한국에서는 공연팀에 지원하고 다닌 지 오래됐어도, 영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들은 자작곡 중에 무조건 발라드가 인기가 많은데, 영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어쨌거나 사람 마음을 울리는 건 똑같은지, '아직, 너를'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영국에도 아델은 있기 때문에, 감성 터지는 팝 발라드도 먹힐 수 있다. 계속 알아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잘 되든 안 되든 이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