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믿음

by 이가연

문득 관점을 달리 생각해봤다.


오히려 아무 것도 몰라야 말이 된다. 그동안 창원에 혼자 세 번을 가면서, 그 때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곤 했다. 그걸 하나도 본 적이 없어야 말이 된다. 작년에 낸 6곡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어야 말이 된다. 가슴이 찢어질 일인 건 맞는데, 그래야 오히려 말이 된다.


영국 오빠는 종종, 우리가 사람을 완전히 잘못 본 건 아닐까 얘기했었다. 하지만 오빠는 나를 믿는다고 해줬다. 나도 날 믿는다. 물론 작정하고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하던 사기꾼을 알아보지 못한 경험은 있다. 누군가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못 알아본다. 하지만 얘는 친구였다. 물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많이 당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런 건 보통 돈이 엮여 있던 거 아닌가.


이 경우에 내 사람 보는 눈이 틀렸을 리 없다고 본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뭐라도 봤다면 이럴 수 없다. 감정의 농도가 다 파악이 되기 때문에, 이젠 너도 너 인생 살라고 말해줬다.


그렇지만 내 말에도 어폐가 있다. 내가 본 사람은, 호기심이 넘쳤다. 내가 뭐하고 지내나, 일 년에 두 번이라도 안 궁금했을 리가 없다. 내 브런치나 유튜브는 어느 순간에 클릭해도 걔에 대한 컨텐츠가 상단에 떠있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걸 의심하게 된다. 나는 예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재단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한 마디로, 나는 되게 친한 친구라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아니었던 적이 많았던 거 같다. 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너 친구한테나 말하라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ADHD다. ADHD는 자폐와 마찬가지로 신경 다양인에 속해서, 종종 자폐 증상과 비슷한 것들도 있다.


어 조용히 해. 당시 겹지인이 누가 날 엄청 아꼈다고 했다. 한 순간이라도 아꼈던 사람을 차단 목록에 두지 못하는 건, 나다. 내가 그런다고 해서, 남들도 다 그런 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할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심각한 ADHD였으면 진작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니, 너무 그렇게 몰아갈 필요 없다.


그렇긴 한데, 부디 정신과 예약 안 잡고도 괜찮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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