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by 이가연

짝사랑이면서. 나는 왠지 그 사람의 생일에 한국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시드니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건 몇 달 전이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나는 생일을 같이 보내기는커녕, 차단당해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작년에도 그래서 유튜브로 영상을 몇 개씩 올리며 생일 축하를 했다.

때론 너무 바보 같다. 도대체 내가 뭐를 꿈꿨나 싶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3월 1, 2일이 아니라, 3월 4일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해서 비행기표 값이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시드니에 같이 갈 수 있기를 꿈꿨다. 상대는 나를 2년 동안 차단하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음에도. 그래도 이번 여행은 혼자 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다. (적어도 당분간) 이제는 친구들이 이미 있는 도시를 여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중국, 일본에 있다. 영국 오빠는 영국에 잘 안 있기 때문에, 공연하는 도시로 찾아갈 수도 있다.

나는 2년 동안 차단을 풀지 않는 상대가, 너무 미안해서 죄책감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카톡으로 한마디 보내자 답장이 왔고, 결코 그것이 내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말일 줄 몰랐다. '그게 한 번의 기회였다니'하며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른다. 무슨 말을 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란 걸 알면서도. 답장이 한 줄 왔다는 이유로 나는 문이 완전히 열렸다고 생각했다. 너가 그리워서 한국에서 영국에 왔다는 메일에도 아무 답도 안 했던 사람이니까. 갑자기 그날 창원에 1박 2일로 가기도 했다. 창원 호텔에서 고심해서 카톡을 보냈다. 이미 차단당한 지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창원에 갔었고 카톡을 계속 보냈다. 상대가 카톡을 안 읽는지 한 달, 한 달 반이 지나도, 회피하는 것일 뿐 미리 보기로 다 읽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미리 보기로 읽기 편하라고 글자수도 맞춰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50일을 보냈다.

50일이나 지나서야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차단한 게 아닌지 기프티콘을 보내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프티콘을 결제하면 상대방에게 자동으로 메시지가 가야 한다. 가지 않았다. 그래서 결제하자마자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며칠 동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했다. 낮에 가만 앉아 있으면 온몸에서 '꺄아아아아아아'하고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특히 밤이 오는 게 힘들어서 약 먹으면 40분 안에 불 끄고 눕게 되게 했다.

어쩌면 하늘의 배려일 수도 있겠다. 3월 4일은 되어야 내가 그로부터 좀 회복하고 여행을 갈 수 있을 거 같다.

하늘이 좀 더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 ADHD들 정말 있는 그대로 믿어요. 상대방이 한 줄이라도 보냈으면 나에게 마음이 열렸다고 받아들였다고요. 그 한 줄 보내고 차단했을 거라고는 일주일이 지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여전히 만 갈래로 찢어지는 거 같아요. 그게 예의 상 하는 말인지도 모르고 나는 따뜻해했다니.

이젠 나도 진절머리가 난다. 원래도 애증이었지만, 증오가 80%가 되었달까.


지금까지 '이 사랑'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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