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4일 20시 시드니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7세, 엄마랑 동생과)
그리고 2026년 20시 같은 시드니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28세, 혼자)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나 보자. 영국 처음 갔을 때부터 마치 여기서 태어난 것처럼 느낀 건 다 호주 때문이다. 영국하고 얼마나 닮아있나 보자.'
그런 생각을 하며 며칠 전부터 설렜다. 호주 갔을 때 엄마가 찍어준 비디오도 제대로 다시 봤다. 당시 엄마가 혼자서 어린 애 둘을 데리고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까지 들고 찍느라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비디오가 참 보물이 되었다. 이번에 브이로그 영상에 끼워 넣을 예정이다.
P.S. 처음에 "이거 참 잘 만들죠?"는 동생 목소리고, "두껍아 두껍아"는 나다. 초등 저학년 때 노래를 부르는 영상은 못 찾았기 때문에 귀하다.
비디오에는 위 영상에 나온 본다이 비치, 시드니 아쿠아리움, 시드니 타워, 동물원, 그리고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 내가 한 달 반 동안 다녔던 영어 학원 모습도 있다. 본다이 비치는 기억이 없고... 동물원은 코알라들이 이렇게 깨어있지 않은데 운이 좋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에뮤'라는 새도 신기해했다. 역시 해변가는 한국에서도 많이 가봤어서 기억이 안 나는듯 싶다. 새로운 걸 봐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어릴 때 비디오를 보니, 나는 그냥 오페라 하우스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아할 거 같다. 그 어떤 여행도 가기 전에 이런 느낌으로 설레지 않았다. 이번에 부담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혼자 여행 다신 가기 싫다고 12월만 해도 취소를 생각했다.
그전까진 여행 전에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말이 즉흥이지, 계획 세운 게 없으니 뭐 제대로 하는 게 없고 호텔에서 발 아파서 요양하는 시간이 많기도 했다. 계획을 세워야, 쓸데 없이 걷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넓디 넓은 미술관 하나를 가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아야 덜 걷지, 아무 것도 모르고 가면 얼마나 많이 걷겠나.
이번엔 비디오와 어릴 적 일기를 참고하여, 어딜 가고 싶은지 제대로 정해뒀다. 뭔 기념품을 살지도 정해뒀다. 시드니 아쿠아리움에서 22년 전에 산 시드니 여행 책이 있다. 비슷한 게 있다면 바로 살 거다. 비교해서 보는 게 너무 재밌을 거 같다. 특히 그 때는 있었던 모노레일이 지금은 없다. 동물원에서 산 것으로 추정되는 코알라 필통도 아직도 있다. 그것도 비슷한 게 있으면 살 거다.
P.S. 동생 영어 이름이 James였다. 아무 거나 다 자기 거라고 이름 붙여놓은 게 아닐까.
영국은 한 번 왔다가면 시차 적응에만 2주가 걸린다. 새벽 3시 쯤만 되면 제대로 된 저녁을 차려 먹어야 된다. 배꼽 시계가 영국 시계랑 똑같이 움직인다. 호주가 영국과 거의 똑같다면 차라리 호주를 자주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비행기 시간도 더 짧고, 더 싸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건 사방에 영국 영어가 들리는 그 해외 분위기다. 호주 발음은 영국과 유사하고, 거기도 영국인이 많다.
온라인으로 돈을 번다면, 어느 나라든 2주, 한달 살기 하며 살 수 있다. 그게 나의 꿈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도 나에게 익숙해진다면 참 좋을 거 같다.
영국 오빠 말하길, 피시 앤 칩스조차 영국보다 호주가 더 맛있다고 했다. 영국엔 먹을 음식이 잘 없는데, 그래도 피시 앤 칩스를 좋아했다.
영국과 비슷한데, 음식이 더 맛있다면... 아주 좋아하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