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by 이가연

선셋을 보러 왔지만, 썬이 없기 때문에 셋도 볼 수 없단 걸 깨닫고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 더 영국처럼 흐려졌다. 하늘이 어딘 맑고 어딘 흐린 현상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시드니 대학교는 옥스퍼드가 생각났다면, 쿠지 비치는 본머스 생각이 났다. 야자수, 흐린 날씨, 상업적이고 사람 많은 게 아닌 소소하게 사람들 있는 바다가 작년 9월 본머스랑 느낌이 비슷했다.

영국과 지명이 닮은 것도 참 많다. 킹스 크로스, 하이드 파크, 패딩턴은 똑같이 있고, 클랩튼 정션 대신에 본다이 정션, 린드허스트 대신에 달링허스트가 있다. -정션, -허스트 모두 영국에 흔한 지명이다. 다만, 바랑가루 (Barangaroo) 같은 건 캥거루처럼 호주 원주민 언어로부터 온 게 티가 난다.



참 긴 하루였다. 아침엔 동물원, 점심엔 대학교 탐방, 오후엔 호텔에서 쉬다가 바닷가, 저녁엔 시드니 도심 야경이 어떻게 생겼나 봤다. 어제는 펍에서 나와 바로 호텔로 왔기 때문이다.

건물 하나를 들어갔는데, 그 건물만큼은 일본이었다. 각종 일본 식당, 일본 카페, 다이소 일본,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마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일본 마트에 한국 음식이 무진장 많이 팔았다. 그 규모는... 아휴. 영국 내가 살던 도시는 한인 마트가 하나도 없었다!!! 방금 본 일본 마트 규모가 런던 한인 마트보다 3배는 컸다. 영국 한인 마트 음식은 거의 다 눈에 익어있다.

이게 다 수출 가능한 거였다니! 대체 영국은 이 한국 음식들을 한인 마트에 왜 안 들이는가!!!

다음에는 호주에 사는 게 나을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영국하고 오페라 하우스만 빼면 거의 똑같은 거 같은데, 가족들이랑 시차도 얼마 안 나고, 마트에 한국 음식도 훨씬 다양하게 파니까.



하루에 하나만 하이라이트가 있으면 충분한 거 같다. 어제는 저녁 펍에서 노래했던 거였고, 오늘은 뜻 밖에도 시드니 대학교였다. 사실 시드니 여행 와서, 대학교 건물 구경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코스다. 역시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 이제 이틀 지났고, 사흘 남았다. 이번 여행... 무리하지 않고, 혼자라서 재미없지 않고, 잘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각오하고 와서 그런지 지금까지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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