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정은 도착해서 1-3일에 다 끝내야 한다. 비 오거나 발 아플 수 있으니까. 4일 차. 이제 아침부터 발 아픈 때가 왔다. 기억해 둬야겠다. 아무리 노력해도 4일 차부터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역시 나는 짧게 자주 다녀야 된다. 6일이 딱이다.
아침에 호텔 문을 나서자 비가 오니 추워서 다시 들어가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런데 갈아입고 나오니까 비가 그쳐서 반바지 입었어도 될 거 같았다... 금방 군데군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날씨 진짜 영국 같다. 감사하게도 푸른 하늘의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오페라하우스는 딱히 보고 싶은 공연을 안 해서 예매하지 않아, 기프트샵만 구경했다. 그래도 오페라하우스 안에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어릴 때 엄마가 애 둘 데리고 들어가기 끔찍스러워서 안 들어갔다고 했다.
다음은 본다이 비치로 향했다. 비치로 향하는 버스를 한 40분 동안 타면서, 오늘은 정말 이 바다만 보고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밤에는 야경버스 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바로 본다이 마켓을 가보았다. 마켓이 주말에만 열리는데, 토요일은 먹을 거, 일요일은 공예품을 판다고 들어서 일부러 일요일로 일정을 잡아뒀다. 그런데 하루 종일 비 온다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일기예보에서 그랬다. 영국도 이 정도까지 일기예보, 아니 현재 날씨 상태를 틀리게 말하지 않았다. 호주.... 진짜 날씨 앱 믿으면 안 된다. 괜한 걱정 했다. 비 왔다, 맑았다, 흐렸다 몇 분 사이에 난리 나는 게 어쩜 이리 영국과 똑같을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기대가 없으면 만족도도 높아지나 보다. 비만 안 오면 다행이다... 흐려도 가야 된다...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 점점 맑아지는 걸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아까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선글라스를 그냥 하나 샀다. 선글라스 하나가 무슨 밥 한 끼보다 저렴했다. 그만큼 여기 밥 값이 너무 비싸다. 영국보다 비싼 게 말이 안 된다. 영국은 어떻게 해야 밥 값을 줄일 수 있는지 잘 안다... 그게 살아본 나라에 다시 갈 때 좋은 점이다... 이제 호주는 일 생기면 일하러 올 거 같다. 볼 거 다 봤다.
발이 아프기도 하고, 바다만큼은 여유를 즐기고자 1시간 정도 벤치에 앉아 있다가, 비가 와서 버스 타고 시내로 돌아갔다. 역시 벤치에 좀 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발이 안 아프면 빨리빨리 돌아다니고 싶어 한다. 길어야 5-10분 앉는다. 발이 아프니 이게 된다. 나를 위해서.
남은 날은 이제 오늘 아니면 내일인데, 날씨가 계속 하루 종일 비 온다고 떠서 걱정이 많았다. 하늘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버스 탈 때는 비 오더니, 정말 딱 오페라 하우스와 본다이 비치 볼 때만 맑고, 이제 그만 호텔 돌아갈 3시 되니까 비 왔다. (매일 3시쯤이면 호텔 들어가서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간다.)
오늘의 끌어당김/행운은 날씨였다. 바다 위에 뭉게뭉게 피어있던 예쁜 구름들이 생각난다. 갈매기도 좋아하는데 근처에 20마리는 되었다. 아침부터 발 누적 피로를 느꼈는데,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살았다. 벤치가 젖어 있기라도 했다면 못 앉아 있었을 테니까. 감사하다.
오늘 저녁은, 90분 동안 그냥 쭉 앉아 있으면 된다. 하버브리지, 오페라 하우스 야경은 아직 한 번도 안 봐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