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봐야 취향이 생긴다. 미술관을 많이 가봐서 현대 미술엔 취미가 없고 인상주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오늘은 문화센터 꽃꽂이 수업을 들으러 갔다. 코로나 때 인생을 즐기기 위해 몇 번 해보고 아주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 몇 번 해본 덕에, 꽃꽂이 중에서도 센터피스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꽃다발을 만드는 것보다는, 꽃을 꽂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원데이 클래스라고 해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그동안 안 했었다. 하지만 오늘 오랜만에 해보고 나니,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수업을 들으러 도착한 순간부터 꽃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1시간 동안 명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가뜩이나 가만히 앉아있는 명상은 못 하기 때문에, 꽃을 꽂으면서 하는 명상 느낌이라 아주 만족했다.
단순리 꽃을 꽂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강사님이 계신 데엔 이유가 있다. 처음엔 뭐를 이렇게 꽂고, 메인 꽃으로 모양을 잡고, 나머지 빈 공간은 어떻게 채울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알려 주신다. 그다음부터는 자유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어떻게 꽂아야 더 예쁠지 피드백도 주신다. 그러니 꽃꽂이도 많이 해본 사람은 배운 티가 난다. 무슨 경험이든 다 쌓인다.
최근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었다. 오늘 클래스가 5만 원 들었는데, 동네 꽃집 가서 꽃을 이만큼 사려고 하면 무조건 5만 원이 넘을 것이다. 꽃시장 가야 된다.
한 달 수입이 5만 원 될락 말락 하는데, 이런 클래스가 부담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갑자기 우울증 약이 필요하게 되거나, 갑자기 분노하거나, 그런 경우를 살면서 많이 봤다. 그러니 그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오 나 요즘 스트레스가 많구나' 인지하고 나에게 처방을 내려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 골든 타임에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어줘야 한다.
원래 비 오면 집 밖에 안 나가는데, 꽃꽂이 덕에 비가 오는데도 웃으며 걸어가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감사하다.
(라고 글을 썼는데,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돈 많나보네 해서 개판이 났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밖에서 기분전환을 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