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근육

정진호 에세이

by 이가연

p46 누군가 특별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어린이들이 곁에서 웃음을 자주 터뜨린다면 저는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저 사람은 영혼이 아주 풍부하다고 말이에요.

- 그게 바로 접니닷~!!!!!


p69 당시 그림책과 건축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그분은 엄청난 힘이 되어 주셨죠. 교수님은 일 년간 제게 똑같은 말밖에 하질 않았어요. "좋다." 설계도 대신 그림을 그려 가도 좋다, 건축 모형 대신 그림책을 만들어 가도 좋다, 심지어 진행이 막혀서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아도 좋다고 하셨어요. 일 년 동안 내 모습을 무조건 긍정해 주는 선생님과 지냈던 경험은 참 특별했죠.

- 저에게도 그런 정신적 지주, 선생님 같은 분이 있습니다. 저의 어떤 모습도 다 지지해 주는 분이죠. 지난 2년 넘게 한결 같이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p87 공대생을 울린 시 수업으로 유명한 정재찬 교수님이 이런 멋진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인생이 영화 같지 않은 이유는 브금(BGM)이 없어서다!" 음악이라는 조미료가 없다면 어떤 일도 특별하게 기억될 수 없단 거죠.

- 문득 공대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영화처럼 살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음악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봐도 삶이 그냥 예술인 거 같다. 삶의 태도도, 영화 여주인공 마냥 일단 부딪힌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에 머뭇거리는 걸 봤나. 사실 무엇보다 최근 2년을 돌아보면 늘 브금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아름답게 기억될 거다.


p163 일주일 동안 나무 천 그루를 만든 다음, 일기장에 '나무꾼이 된 것 같다'라고 썼어요. 위층에서 직원들이 치열하게 미술관 건물을 설계하는 동안 전 숲을 만들기 바빴어요. (중략) 어느 날은 나무 모형들을 보다가 꼭 제 처지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중략) 인턴 기간 동안 건축을 향한 제 열정은 차갑게 식어 버린 (중략)

-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고생했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는 열정 타오르는 사람을 좋아한다만, 열정이란 타올랐다가도 식는 것이니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하루하루 재밌게만 살고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매일 재밌게 살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고 싶다. 하하하하)


나무꾼 그림 너무 귀엽다..



p189 매일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리느라 바빴죠. 누가 봐도 졸업을 앞둔 건축과 학생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어요. 전 즐거움과 불안 사이를 오가고 있었어요.

- 저도 그래요. 꿈이 확고할수록 왜 안 그렇겠습니까. 아무리 정신적 지주께서, "넌 단 한 순간도 백수였던 적이 없다"라고 스무 번, 서른 번 말해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요즘엔 그 즐거움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평일 낮에 벚꽃 보러 다니는 건 좋은 거니까요. 예전에 점쟁이가 "간은 콩알만해가지고, 맨날 걱정 땡겨서 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걱정을 땡겨해서 힘들었던 것이지, 현재 상황은 나쁠 게 하나도 없거든요. 20대에도, 30대에도 사람은 죽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더 표현하고, 더 즐기고, 예술적으로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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