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원 도착

by 이가연

창원 갈 때 KTX는 항상 같은 길을 달렸다. 그런데 이번엔 막판에 계속 창 밖을 봐서 기분이 남달랐다. '우리 나라에 이렇게 벚꽃길이 많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어디 SNS 명소만 벚꽃길이 아니라, 사람 한 명 없어 보이는 깡깡깡시골 벚꽃길도 많았다.

서울 밖에서 벚꽃 구경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관점만 바꾸면 다르다. 여의도랑 진해가 우리나라 벚꽃 투탑이라는데, 둘 다 가보면 좋은 거 아닌가. 그동안 처음 보는 창원 사람들과 라포 형성하기도 얼마나 좋던지. 고향 사람이랑 얘기하는 거 같아서 좋다는 말을 듣곤 했다. (물론 두 번 만에 이미 충분히 그랬지만)

이래나저래나 이제 창원이다. 창원역에 이리 사람 많은 건 처음 봤다.

처음 와봤을 때,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덕분에 이런 소도시(?)에 와본다며, 앞으로도 기차가 다니는 소도시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세 번째에는 다소 자괴감에 힘들어 했다. 그것도 과정이긴 했다만, 이젠 그럴 필요 없다.

지난 달 시드니에 가기 전에도 걱정을 많이 했다. 걱정을 많이 한 만큼, 즐거운 여행을 하겠다는 각오 덕에 결과가 좋아진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여행도 창원에 처음 와봤을 때처럼 행복하게 보낼 거다. 그때는 바깥 온도가 35도로, 선풍기가 없으면 걸어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날씨 혜택도, 벚꽃 혜택도 있다. 더 좋은 시간이 될 여건이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먹고 자고 무럭무럭 자란 흔적이 있는 데라서 그렇다. 그동안은... 연예인이었으면 성지순례를 했겠지만, 나는 아는 게 없으니 되게 슬펐다. 창원 사람이면 진해 군항제는 몇 번 와봤을 거 아닌가.

네 번째 와보는데도, 기차 안에서 이제 창원중앙역이라는 안내 방송에도 웃음이 났다. 거의 뭐 ㅊ만 들어도 특정 개인과 동기화가 되는 거 같다. (뭐 이리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말해쌌노... 창원에 지나가는 똥개도 알겠다.)

2030대 남자들이 근처에서 말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말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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