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의도 주민의 진해 군항제 탐방

by 이가연

올 때마다 느끼지만 버스 타는 게 참 고역이다. 도착 예정 정보가 없으면 우짜나. 진해 시내 안에는 군항제 기간 동안 임시 버스들을 만들어둔 건 알겠는데... 기차역에서 진해까지는 불편했다. 타지에서 올 거란 생각 자체를 안 한 건가.

군데군데 벚꽃이 이미 떨어진 곳도 있었지만 괜찮았다. 나뭇잎도 안 나있던 휑하디 휑한 겨울에도 왔었으니.

창원 너무 만만하게 본 거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창원을 세 번 와보면서, 사람이 정말 안 보였었기 때문이다... 군항제 핵심 포인트인 여좌천이나 경화역이나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 여의도 벚꽃 축제 수준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벚꽃 투어 버스였다. 발도 아파 죽갔는데 앉아서 구경할 수 있으니... 해외 같으면 그런 버스 한 번 타는데 몇 만 원씩 하는데, 여긴 5천 원이었다. 진해역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진해루에서 한 번 내려서 바닷바람 잠깐 맞고, 다시 쭉 타고 진해역으로 돌아왔다. 안 내리고 계속 타면 50분 코스라고 한다. 바람이 엄청 불어 좀 추웠다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창원 사람이었으면, 굳이 군항제라고 여좌천, 경화역 같은 데 안 갔을 거 같다. 버스에서 보니 사방팔방이 사람 없는 쾌적한 벚꽃길이다. 여좌천에서 지나가는 커플이 말하는 것도 들었다. 창원 사는데도 남자는 처음 와봤다고 하고, 여자는 와보긴 했는데 사람 많아서 싫어한다고 했다.

밤에 더 예쁘다고 하는데, 어차피 나는 오후 4시쯤이면 너무 피곤해서 호텔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다음을 위해 아껴뒀다. 다음에 다시 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 욕심 낼 필요 없다. 혼자 이미 다 봤으면, 다음에 누군가랑 왔을 때 뭔 재미인가. 평생 혼자일 것도 아니고, 지금은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혼자 즐기면 된다. '나 여기 혼자 왔었어!!'라고 할 수 있을 만큼만.

어제 상호무페이 사진작가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못 구했다. 서울이었으면 급벙이어도 구했을 것을. 그래서 사진 찍을 욕심 없이 대충 입고 왔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다른 여자들은 다들 예쁘게 데이트 복장으로 입고 다니는데, 나만 그렇지 않아서 좀 슬퍼지기도 했다. 사실 그건 여의도에서도 느꼈다. 나는 벚꽃 필 때 남자친구가 있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와중에 작년부터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안 될 거 같다는 각오가 아니라 그냥 끌려서 하는 연애는 안 하겠다는 신념까지도 확고하다. (한 사람 때문에 창원에 혼자 4번 올 정도 마음이면, 그리고 이 사람 전에는 누군가를 두 달 이상 좋아해본 적이 없으면, 그럴 만 하다.)

반쪽짜리 여행이란 걸 너무 잘 안다. 아무리 영상을 찍으며 걸어 다녀도, 혼자 벚꽃길 걸어 다니는 게 뭔 재미겠나. 하지만 여의도 집구석에 혼자 박혀 있거나, 혼자 집 앞 산책만 하는 것보단 낫다. 어디든 돌아다니는 건 옳다.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아주 공감한다. 여의도 주민이 진해 군항제에 놀러 온 이 경험은 어디 가서 말하기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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