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가연 Jun 23. 2023

제목 따라간다는 말  

언제부턴가 새해 첫 곡으로 우주소녀의 '이루리'를 찾아 듣는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듣기에는 다소 활기찬 댄스곡인데 왠지 이 노래를 듣고 자야 새해 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바라며 편안하게 발 뻗고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선수나 연예인 인터뷰에서 "혹시 징크스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볼 때면 '나도 징크스 하나 만들어볼까'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렇게 남모르게 생각한 탓인지 몰라도 나에게도 그런 미신이 하나 생겼다.  다른 가수들도 '제목 따라간다'는 말을 알게 모르게 믿고 있는지 의문이다. 벌써 거의 10년째 팬인 슈퍼주니어 규현이 예전에 '밀리언조각'이라는 노래를 이야기하며 '제목 따라 조각났다'라고 해서 웃펐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내 노래 중에 '내 잘못이야' 음원을 반복해서 듣게 되었다. 내 곡을 반복해서 들을 일은 정말 거의 없다. 특히 이 노래는 발매 후 거의 찾아 듣지 않던 곡이다. 그랬던 것이 미안했는지 이 노래를 이상하리만큼 반복해서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들으면서도 '이 노래 듣다가 진짜로 잘못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웃으면서 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죄책감을 느낄 일이 생겼다. 그 노래 가사도 자기 잘못이 아닌 잠수를 탄 상대방의 잘못임에도 숨어버리게 만든 게 자기 탓이라는 내용이다. '역시 그때 그 노래 들을 때부터 알아봤어'라고 중얼거리는 중이다.


가장 소름이 끼쳤던 건 데뷔곡인 'Rest In Peace'에서였다. 2016년 5월 25일 발매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샤이니 데뷔일과도 같았다. 뜻하지 않게 데뷔일이 같아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그러나 2018년부터 샤이니 데뷔일에 다섯 명의 샤이니를 생각하며 R.I.P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8월에 발매하는 신곡 '착해 빠진 게 아냐'도 역시 제목 따라가게 될까. 이 노래 가사는 나를 무관심과 무례함으로 대하는 상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투정, 화, 서글픔, 한탄, 안타까움을 담은 마음으로 적셔져 있다. 하지만 이번엔 "내 잘못이야"라며 자책하는 게 아니라 "난 착해 빠진 게 아니니 너에게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제목인만큼 괜찮을 것 같다.


보통 불안하고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면 듣고 있는 노래 제목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 때 넬의 '희망고문'이라는 노래를 접하게 되었는데 몇 번 듣다가 '아 맞다'하고 그만 들었다. 괜히 이 노래를 계속 들었다가 제목처럼 희망고문 당할 것만 같았다. 결국 그 노래를 계속 안 들었는데도 희망고문은 당했다.


지난달부터는 비투비의 '그리워하다' 노래를 안 듣고 있다. 그리워만 하다가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아, 침착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