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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Jun 29. 2023

노래가 주는 힘

2년 전까지 내가 한국어 강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변에서도 내가 한국어 강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한국어 교원 자격증이 있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없다. 그렇지만 나 역시도 자격증이 없는 강사들에게 배웠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사이트는 자격증이 있으면 전문 튜터, 없으면 커뮤니티 튜터로 나뉜다. 


지금까지 이 사이트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웠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스페인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렇게 사이트에 익숙해진 덕에 한국어 강사에도 지원하게 되었다. 현재 나는 매일 1-2시간씩 한국어를 가르치며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어제는 인도에서 온 40대 중후반 정도 되는 남자분의 두 번째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첫 수업에서 앞으로 어떻게 수업을 할지 학생 성향을 파악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 분은 신승훈, 나얼, 팀, 김범수, 박정현, 애즈원,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운아이드소울, 신용재 등 90년대부터 00년대 발라드, R&B 가수들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두 번째 수업에서는 가장 좋아한다던 신승훈 노래를 같이 들어보면서 가사를 통해 공부해 보기로 하였다. 


신승훈 노래 중에서도 '그런 날이 오겠죠'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셔서 같이 들으며 가사를 읽었다. 그런데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이 있으셨다. 어릴 때부터 아리랑 TV를 보면서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어머님과 즐겨 보셨고 그렇게 함께하던 어머님은 2021년 코로나 시기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노래 후렴이 시작하기 전 무렵 눈물을 흘리셨고 나 역시도 눈시울이 붉어지게 되었다. 


노래가 주는 힘은 참 신기하다. 가사도 이해할 수 없는 노래를 어쩜 그렇게 같이 좋아해 주셨을까. 심지어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다. 90년대 유명했던 가수들은 나보다도 더 잘 아실 것 같았다. 옛날 노래 특유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의 매력이 있다. 앞으로 수업에서 노래를 들으며 가사가 더욱더 와닿을 수 있도록 잘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노래는 단번에 그 노래를 자주 들었던 과거의 한 순간으로 빨려 들게 한다. 내게도 전주만 들어도 심장이 마치 칠판 긁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노래들이 많다. 어쩌다 그런 노래를 듣게 되면 분명 무척 괴로운데 그 괴로움 속에 그리움과 왠지 모를 안도감이 담겨있어 섣불리 노래를 끄지도 못한다. 


예를 들면 인피니트의 '남자가 사랑할 때' 전주만 들어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왕복 3시간의 예고 통학을 하던 7호선 지하철 칸에 앉아 있는 내가 떠오른다. 힘들게 들어간 예고인데 한 달 만에 전학을 갔던 그 아픔은 신나는 댄스곡 전주도 장이 뒤틀리는 것 같이 듣기 괴롭게 한다. 하지만 그 한 달 동안 박장대소하며 웃었던 시간과 기억나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3년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그리하여 마치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먹는 음식처럼, 곡을 마주칠 때면 과거의 숨결이 되살아나는 줄 알면서도 듣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내 노래를 들으면 과거 한 장면을 떠올리며 추억하고 있을까. 또한 외국인 학생처럼 가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오래도록 남는 울림을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나는 그렇게 노래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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