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Show

by 이가연

5월에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이 있다. 아이들 대상 공연이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가요도 한 곡 추가로 부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나의 레퍼토리에는 기성 가요가 없다. 디즈니, 올드팝, 자작곡이 나의 레퍼토리 구성이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노래를 하여 다른 보컬들과 다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누구나 아는 가요 한 곡 없다는 단점도 있다.


가요 한두 곡 정도는 필요하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입시 시절부터, 내 마음에 딱 드는 가요가 없었다. 입시곡을 고르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실용음악과 입시는 팝 1곡, 가요 1곡을 필요로 한다. 인어공주 노래와 자작곡을 불렀다. 대학 때도 쟤는 지 노래 부르기만 좋아한다는 평을 들은 적 있다. 그 후로도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유가 자기 노래만 부르지, 콘서트에서 커버곡을 우르르 부르는 걸 보았나. 가수들은 일본 갔을 때 유명한 일본 곡 하나 부르는 정도로 커버곡을 부른다. 문제는 내가 '아직' 유명한 가수가 아니라는 점에 있기에, 누구나 알만한 팝 가운데 자작곡을 섞어 부르는 방식을 취해왔다.


2년 반 전부터 내 마음에 콱 박혀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나에게 자기가 좋아할 만한 활기찬 노래를 써주면 안 되겠냐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니 생각하면 무슨 수로 신나는 곡을 쓰냐 이 쉐키야'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 닿길 바라며 유튜브에 잠깐씩 데이식스, 엔플라잉 커버 영상을 올리긴 해도 (유튜브 광고도 돌렸을 정도다. 돈 마이 썼다), 내 방식대로 발라드로 바꾼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노래하는 데에 있어 원동력은 슬픔, 답답함, 괴로움이다. 도저히 말로 다 표현이 안 되니, 노래로 시원시원하게 뱉어야 속이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즐겁고 신나면 그냥 그대로 살면 되지, 노래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지 않았다. 이는 나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심이 그랬기에, 지금도 그렇다. 노래는 나의 한을 풀어주는 수단이었다.




이미 레퍼토리가 확실히 있어서, 공연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일은 거의 드물다. 공연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만, 평소 부르던 장르곡이 아니라는 부담이 있다. 내 매력이 잘 보이는 노래와 그렇지 않은 노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단둘이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것도 아니고, 프로로서 공연 선곡에 이렇게 영향을 미쳐도 되나 싶다.


하지만 이 노래를 레퍼토리에 추가하면 장점이 많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아는 가요 레퍼토리가 생긴다. 공연 마지막에 웃으면서 마무리하기에 딱인 곡이다. 그동안은 딱 엔딩곡 같은 곡은 없었다.


노래에 드디어 행복이 담길 수 있다. 디즈니 노래가 아닌 이상, 한국어로 행복한 노래를 불렀던 게 언젠가 싶다. 나도 그 사람 말대로 신나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활기를 주고 싶었다. 그동안은 내 안에 그런 행복이 부족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몽글몽글한 감정이 최근 들어 많이 들었다.


이 노래는 그 감정의 연장선이다. '나를 선택해 줘서 고맙고 함께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자. 후회하지 않게 해 주겠다'하는 흡사 프러포즈 곡이다. 남자 노래이기도 하고, 가사도 남자가 여자에게 프러포즈할 법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 '이 사랑' 매거진에 300편의 글을 써오며 꾸준히 공개 프러포즈해 온 나라면, 내가 여자건 남자건 부르기 충분한 것 같다.


유튜브에 여러 커버 영상들을 봤다. 그런데 그 어떤 가수보다, 내가 이 노래를 마음 담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노래에 묻어있는 감정이 짙다. 재작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재작년 8월, 12월, 작년 5월, 9월, 영국에 어떤 마음을 안고 갔었는지에 대한 경험이 많이 묻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 한 해 동안 유튜브 뮤직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곡 3위였던가. 낯간지러운 표현이지만, 늘 이 노래를 들으면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어떤 테크닉도 사연 있는 노래를 못 이긴다. 이제와 가사를 제대로 보니 참 속이 간질간질하게도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다. 첫 가사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처럼 이제 혼자가 아니기만 한다면.


노래방에서 불러주는 것보다 레퍼토리로 삼아서 공연장에서 불러주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이미 이런 여자는 절대 없었겠다만, 내 분야가 아닌 노래도 공연장에서 자길 위해 불러주는 여자는 어디 있겠나!!)


내 노래들은, 차단 직후에 쓴 곡, 영국에 날아갔는데 마주치지도 답장도 못 받아서 쓴 곡, 등등 생각하면 서글퍼져서 별로 안 듣고 싶을 수도 있다. 나도 괜히 서로 속상할까 봐 안 부르고 싶어질 수 있다. 나는 우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기존 자작곡들은 과거에 엮인 슬픔을 가져올까 봐 새로운 레퍼토리를 더 만들고 싶다.


그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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