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나와 통화할 수 있다면

by 이가연

2025 : 너 내가 뭐 물어볼지 알지.

2026 : 그치... 근데 넌 이미 다 가지고 있어. 지금 내 삶은, 그냥 원래 즐기던 걸 더 즐기고 누리고 있어. 관점에 따라 너무 달라지더라. 원래도 도서관 좋아했고, 봉사 다녔고, 전시회 좋아했고, 사진 출사 다녔고, 사주, 타로 공부했잖아. 지금의 나는 하나하나 더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

머릿 속에서 백수라는 단어를 비워버려. 백수를 쉬었음 청년이라 부르더라? 너가 한시도 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쉬었음 청년이냐. 봉사하면서 애들 선생님이고, 선생님이면 돈을 안 받을 뿐 그것도 사회적 위치지.

2025 : 딴소리하고 있네! 결국 아직도 옆에 없단 거네.

2026 : 숨 막힐 거 같으면 그건 얘 때문이 아니라, 병원 가야 돼. 병원에서 뭐 때문에 왔는지 아무 상관 없는 거 알잖아. 의사는 나의 현재 상태를 어떻게든 낫게 하는 게 목적인 거 잘 알잖아. '이딴 이유로'라고 생각할 거 없이, 그냥 그 증상에 따라 바로바로 병원에 가도 돼. '이런 걸로 약 먹기 싫다' 하는 거 이해해.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안녕이고 평안이야.

약 먹을 정돈 아니라 생각한다면, 그대로 말하면 의사 선생님도 존중해주셔. 일 년 뒤까지 아주 잘 다녀. 뭐든 선생님하고 말하고 나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해결책을 알려주시지. 근데 다시 말해서, 그 선생님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조언 구할 생각도 하지마. 너 진짜 짜증만 난다.

2025 : 나 아직도 말할 사람이 오빠랑 엄마 밖에 없니?

2026 : 어!!!! 노력하지 마. 니가 아직은 새로운 친구, 동네 친구에 대한 미련이 있을 때거든? 오빠 정도로 니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똑똑한 사람 아니면 진짜 너 화만 난다니까. 그것만 안 해도 성공이야. 앞으로도 쭉 오빠랑만 얘기하도록 해. 제발~~~~~

2025 : 안타깝군.

2026 : 그래 안타깝지. 근데 그 부분만 안타까운 거지, 너 자체는 전혀 안타깝지가 않아. 작년보다 올해 더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그런데 작년에도 이미 다 가지고 있던 거였어. 사주 공부를 얼른 시작해라. 그럼 알게 될 거야. 너 팔자에 친구, 동기, 동료가 없다. 원래 고독한 사주야. 고독한 팔자가 불행한 팔자란 뜻이 아니잖아.

너가 걔만이 인연이라고 믿는 이유는, 너 배우자궁에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보통 성격이 아닌, 대단한 사회적 기세를 가진 사람이 들어앉아있어서 그래. 그런데 니가 지금까지 좋아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봐. 죄다 너보다 더 여자 같았잖아. 그래서 감정 가는 게 한두달이었던 거야. 너는 방금 말한 그런 너보다도 더 세고 남자 기질 있는 사람과만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가 있어. 그게 팔자에 써있어.

2025 : 그래서 아직도 못 만났단 거잖아. 진짜 생각만 해도 땅이 꺼질 거 같다. 나 어떻게 살라고 그런 걸 알려주냐!!!

2026 : 한... 번 숨쉴 틈은 줘. 그거 때문에 더 작살 나게 아프긴 한데 뭐 어쨌든.

2025 : 그게 뭔 소리야!!

2026 : 더 알려줬다가 운명선을 건드릴까봐 그래!! 때가 아니었던 거거든. 무슨 말을 했어도 안 될 때가 존재해. 그래도 '얘가 살아있구나'는 알게 돼. 넌 지금 생사여부도 모르잖아 짜샤.

고달프겠지만 필연적이야. 너가 그렇게 말할 사람이 없어야, 입이 심심해서 유튜브에 영상 더 올리게 되거든. 그걸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펼쳐져. 너가 그렇게 계속 마음이 깊어져야, 응축되어야, 나중에 뭐가 되지 않겠냐. 노래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해봐. 주변 반대에 뭐에, 시작 과정이 너무 고달팠으니까 쭉쭉 의지와 사랑으로 밀고 나가게 되잖아. 어떻게 지킨 내 사랑 음악인데 15년째 너무 소중하잖아. 걔랑도 나중에 얼마나 힘든 게 많겠어. 같이 지낼 때도 너 엄청 울렸어. 어후 나중엔 부들부들 너무 싫단 순간이 왜 없겠냐구. 필요한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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