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은데 못 해서 괴롭다는 너에게

by 이가연

당근에 엄마 물건을 팔면서 용돈 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근 앱을 지웠었어요. 그 이유는, 당근에서 물건만 팔아야 되는데, 저도 모르게 계속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죠. 커뮤니티 게시글 보는 게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클릭하게 되더라구요. 올라오는 게시글 거의 전부가 저와 참 가치관이 맞지 않아요. 그리고 당근을 통해서 사람을 제발 안 사귀어야지 다짐하고 다짐해도, 저는 충동성이 높은지라 혹하는 게시글이 보이면 자꾸 댓글 달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또...또...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게 되었는데, 요즘 정말 안 그러다가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모솔인데 연애를 못 해서 아쉬운 수준이 아니라, 헛구역질이 날 수준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얼마나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왔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달라는 글이었습니다.


솔직히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정신과 가라는 말이었어요. 예전에 의사 선생님께 "그 정도면 우울할 만 했으니까 저도 우울했던 거 아닌가요"라고 했을 때, "정말 미안하지만 그 정도까지 가진 않아요..."라고 하셨어요. 설령 가족이 죽었어도 매일 헛구역질 하고 있으면 병원 가야하는 일이에요.


사람들은 글만 봐도 글쓴이의 자존감과 매력이 떨어져보이니 그것에 대해 막 뭐라 했는데요. 노래 레슨을 예로 들겠습니다. 첫 레슨에서 노래를 딱 불렀을 때, 호흡이 너무 새진 않는지, 자신감이 너무 없진 않은지 그런 거 다 체크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할 점은 이 사람이 건강한가 입니다. 노래 레슨이 아니라 이비인후과부터 가야할 사람들도 있어요.


노래는 몸이 악기인데, 악기가 망가져있는데 어떻게 연습을 하겠어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데 어떻게 본인이 가진 매력을 키우겠어요.


아래는 제가 남긴 댓글입니다.





글에는 요즘 여자들이 너무 키, 외모, 돈 같은 조건을 많이 따져서 자신의 시작점에 서지도 못 하는 거 같다고 했는데요. 예전에도 그 마인드 자체를 버려야 된다고 글을 쓴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 또 누군가는, '너는 좀 외국 물이 들어서, 너는 좀 보통 여자와 달라서'라고 할텐데, 저도 한국에서 쭉 자란 지극히 한국 사람이랍니다. 저 같은 여자가 어디 대한민국에 또 없겠어요? 백 명 중에 한 명은 있을 거예요.


제 브런치 글들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2년 넘게 미쳐있는 창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실텐데요. 하하하. 진짜 가끔 '잘생겼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이해가 안 됐습니다. 저는 잘생긴 사람들을 한두달 좋아한 경험이 매우 많은데, '내가 진짜 왜 좋아했지. 미쳤나. 호르몬 때문인가. 내가 왜 저 사람에 매여서 한두달을 낭비했지. 아 잘생겼지 잘생겼어. 이해하자.'하고 그 한두달이 지나면 두 번 다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지도 않았어요.


그... 이 사람 사실 처음 멀리서 걸어오는 거 보고 실망했어요. 제 키가 161인데 저보다 조금 클 걸요. 돈이 있든지 말든지 몸만 오면 같이 살 수 있는 집 있어요. '집에 돈이 많아서 그러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니 보충 설명 드리자면... 당장 돈이 없더라도, 하루하루 저처럼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일 거 아니까요. 일을 하고 있든 안 하든 훤히 보여요. 저는 평소에 돈 쓸 일이 여행 갈 때만 있는데, 그건 이 사람이 옆에 없으니까 혼자서 숨 쉬기 위해서 갔던 거예요. 저는 사랑의 언어 검사에서도 줄곧 1, 2위가 스킨십과 함께하는 시간이 나오고, 선물은 0점이라, 항상 찰떡 같이 있을 사람을 원하지 옆에서 돈 쓸 사람 원하질 않아요.


저 글을 썼던 사람을 보아하니, 친구도 거의 없고 퇴근하면 만날 사람도 없다는데, 그럼 저 같은 사람은 매일매일 만나는데 스트레스 없어서 너무 좋지 아닐까요. 저는 그동안 한두달 연애했을 때, 아무래도 항상 제가 먼저 연락하고 만나자하고 사귀자해서 성립 된거라, 그래서 내일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했어서 다음 연애는 바로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케이스거든요. 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고민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여자 분명 있어요.




말이 길어져서 요약하겠습니다. 제가 댓글을 남긴 게시글 주인공처럼, 나이가 먹었는데 모솔이고 모든 짓을 다 해봐도 연애를 할 수가 없어서 연애를 못해 아쉬운 수준이 아니라 심각하게 괴로운 수준이라면요.


1. 나의 정신 건강이 정말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나. 건강한 사람이면 혼자서도 즐거워야 됩니다. '혼자서도 잘 살아야 연애도 잘 한다'라는 말은 너무 잘 알텐데 그게 의지대로 되지 않죠? 정신 건강 문제입니다.


2. 어차피 연애 한 명이랑 할 거잖아요. 백 명 중에 한 명은 희한하게 나랑 맞는 여자 있을 거예요. 멀쩡한데 모솔인 20대 후반이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다면, 똑같이 멀쩡한데 모솔인 20대 후반 여자는 없을까요? 많아요.


3. 서울에 만날 친구 없어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지금 행복해요. 저처럼 엄마, 할머니랑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주지 않아서 숨 못 쉬게 괴롭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상황에서 지금 행복해요. 아무래도 내가 나를 아주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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