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타로 소드 이야기

Ace of Swords

- Can you remember a small idea that manifested big change in your life?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자격증 좀 따볼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양한 자격증에 대해 조사하곤 한 해에 8개를 취득했다. 그 덕에 보컬 선생님일 뿐만 아니라 피아노, 칼림바, 우쿨렐레 선생님도 될 수 있었다. 2016, 2017년엔 대학을 다니면서 학교 생활이 그다지 바쁘지도 않고, 휴학하고 시간 여유도 생기자 외국어 학원이나 다녀볼까 했다. 그 덕에 나는 만 19세에 4개 국어 프리토킹이 가능해졌다. 아이디어가 많고 그걸 생각한 순간에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이 ADHD 큰 장점 중 하나다. 예리하고,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고, 도전이 많으니 그만큼 실패도 많고, 자주 번아웃이 오지만 그만큼 성과도 잘 내는 점이 소드 카드들과 ADHD가 닮아있는 점이다.

3 of Swords

- How have you learned to heal after significant grief or a breakup?

제대로 치유해야 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당장 리사이틀이 눈앞에 있었다. 그 공연을 마음에 쏙 들게 마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유학 생활을 정말 보란 듯이 멋지게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아픔을 겪은 직후에 사실상 많은 성취를 이뤘다. 그 작년 2월에 지역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서 라디오 DJ 자리를 얻고, 런던 음악 교육 엑스포에 1박 2일 동안 다녀오고, 매주 1시간씩 라디오 방송을 하고, 음악학부 학생 대표가 되고, 학교 시상식 후보에도 올랐다. 결과적으론 좋았지만 치유는 뒤로 미룬 셈이었다. 그 대가는 한국에 돌아온 6월 중순부터 혹독하게 치렀다. 7월부터 9월까지 거의 매일 울며, 죽을 거 같아서 8월엔 영국에 다시 갔다. 아플 땐 그냥 아픔을 느껴야 하는구나 배웠다. 마주하지 않고 미루면 더 크게 찾아온다.

6 of Swords

- How can you release yourself from toxic people and difficult situations at this time?

나는 ADHD 증상 중에서도 '주의력 분산'이 잘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중독적인 사람,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일반인보다 훨씬 어렵다. 내가 6개 국어를 하는 것도 어쩌면 숨 쉬고 살기 위함일 수 있다. 한국인이 힘들 게 하면 영국인, 영국인이 힘들게 하면 일본인과 이야기하라고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이 아닐까. 그렇게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도해 왔다. 또한 여러 취미가 있어야 한다. 내겐 대략 20-25개 타로 덱이 있다. 타로도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왕도가 없어서 공부하고 사용하면 할수록 는다. 요즘엔 사주, 점성학 공부도 하고 있다. 점성학을 공부하면 타로 리딩에도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어떻게 하면 SNS와 챗지피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영상 편집을 어떻게 더 센스 있게 할 수 있을까 와 같은 생각을 하며 지낸다.

9 of Swords

- Who do you trust enough to share your concerns with?

걱정거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최소 5명은 된다. ADHD를 진단받고는 8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어떤 때보다 친구 관계가 안정적이고 행복하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옆에는 늘 나의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내도 다 받아주는 사람이 최소 한두 명은 있었다.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은 편이라 감사하다. 나이가 들수록, '와, 이게 당연한 게 아니구나' 알게 되었다. ADHD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을 해서 인간관계에서 곤란함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그런 솔직함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겐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

King of Swords

- How difficult is it for you to be rational within a personal or emotionally charged situation?

감정적으로 동요가 많이 되는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ADHD는 뇌를 거치지 않고 이미 말과 행동부터 나온다. 그런데 의외로 타로를 통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문에 대한 카드로 자꾸 이 '킹 소드'가 나온다면, 그 단호함 덕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런 순간에는 타로가 다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