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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로 컵 이야기

by 이가연


Ace of Cups

- How open are you to new love or friendship at this time?

모르는 사람에게 친구 하자며 DM을 보내는 일이 내겐 익숙하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은 아니다. 작년엔 다른 사람을 좋아도 해봤고, 소개팅도 많이 나가봤다. 너무 매일 울어서, 도저히 숨 쉴 수가 없어서 살기 위함이었다. 딱 그때 잠깐 뿐이고 소개팅이 끝나고 울면서 집에 온 적도 있다. 소개팅 가기 2시간 전에 운 적도 있다. 그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그 발버둥이, 오히려 나를 옭아맸단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를 전부 던지고 싶구나, 누가 뭐라고 한들 아깝지가 않구나' 깨달았더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인정하고 나니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똑같은데 괴로움이 덜하다. 그래서 친구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사랑은 아니다.



5 of Cups

- How can you alter your view of a difficult situation for the better?

내가 그렸던 대학원 졸업 후 내 모습 하고는 거리가 매우 멀다. 어디에 있건 바쁘게 일하고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오래도록 일도 없고, 병원도 다녀야 할 줄 몰랐다. 그런데 그만큼 집에서 소소한 재미있는 일을 할 시간이 많다. 타로 유튜브 영상이 찍고 싶으면 바로 찍고, 노래 커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부른다. 9일 동안 유튜브 쇼츠 18개를 올렸다. 외출하는 시간이 아주 적고 대부분 집에 있기 때문에 바로 실행할 수 있다.



6 of Cups

- What is the danger of living in the past?

지금 나에게 참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최근 들어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진 이유는, 과거를 후회하는 시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에 있었어야지. 내가 왜 한국에 돌아와서 이 고생일까.' 하는 생각을 작년에 수백 번 했다. 과거를 살면 후회와 자책이 따라온다.



9 of Cups

- If you could wish for something, what would be the first thing that comes to mind?

그 사람과 웃으면서 얘기하는 거. 그렇게 나를 다 던졌는데, 전처럼 웃고 떠드는 친구 사이가 될 수는 없다는 건 서로가 다 알 거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사이가 이상해져도 다 받아들일 테니 당장은 그냥 묵은 회포를 풀고 싶다. '너는 뭐 그렇게 영상을 많이 올리냐' 한 소리 들으면서 감자튀김에 맥주 마시고 싶다. 영국에서 참 먹을 거 없어서 감자튀김만 먹었다는 얘기 하면서. 나 살 좀 빠졌는지 네가 골라준 바지 입으면 헐렁하단 얘기 하면서. 나 가을, 겨울 내내 매일 그 바지만 입는다고 이제 다른 것 좀 골라달란 얘기 하면서.



Queen of Cups

- Can you think of someone, like the Queen of Cups, who is a caring friend and good listener?

'굿 리스너'라는 단어에 이 분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그 오빠가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싶다. 지난 365일 중에 한 350일을 똑같은 사람 얘길 했다. 이 분을 제외하곤 지구상 그 누구도 이 한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 이야기를 이렇게나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차단당했는지, 마지막에 어떤 통화를 했는지 같은 마음 아픈 에피소드도 같은 얘길 50번은 했다. 그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말할 때마다 아픔이 조금씩 덜어졌다. 말할 사람조차 없었다면 속이 썩어 문드러졌을 거다. 그러나 이 분은 같은 얘길 아무리 반복해도, 아픔을 겪는 내가 힘들지 듣는 사람이 힘들겠냐며 일 년째 변함없는 마음으로 공감해 줬다. 그런 건 정말 스님, 신부님, 수녀님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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