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 사랑

여행 일기 #4 서울 올라가는 기차에서

by 이가연

일어나니 갑자기 몸이 아팠다. 그냥 피곤한 줄 알았는데, 몸살처럼 쑤셨다. 종아리도 저린 걸 보니, 어제 너무 많이 걸었구나 싶었다. 발이 많이 약해서, 유럽 여행 갈 때도 제일 신경 쓰는 게 오래 걷지 않고 중간중간 쉬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아프다.

성인이 된 후, 여행은 언제나 혼자였다. 누구랑 같이 다닌다면, 어쩌다 한 번쯤은 "발 아파? 괜찮아?"라고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침대에 계속 누워 있으니 조금 슬픈 기분도 들었다. 영국 기숙사 방에서 혼자 누워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국은 가족이 있어서 온 건데.


특별히 관광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땅에서, 내가 가장 영감을 많이 받고 글과 영상을 뽑아낼 곳이 어딘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몇 달만 봐도, 12월에 이탈리아랑 스페인을 다녀왔지만, 오히려 졸업식 하며 사우스햄튼 영상만 두 개 올렸다.


어딜 가서 얼마나 예쁜 걸 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글이 되고 영상이 된다. 오래오래 저장하고 싶어서.


가뜩이나 날씨도 꿀꿀한데,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착잡하다. 아무렴, 사우스햄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것만 하겠나. 비행기 타야 할 때보다야 낫지.


그럴듯한 이유 없이도 오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명적인 인연이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