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난다. 그동안 연애뿐만 아니라, 짝사랑도 한두 달 밖에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차단당한 지 1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나가는데도 매일 생각하고 있다. 관심사와 흥미가 휙휙 바뀌는 ADHD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한 사람 때문에 1년에 걸쳐 15곡을 쓸 수가 있지. 나에게 했던 말, 그 목소리와 말투, 정확한 문장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친한 친구, 짝사랑, 연애 다 합쳐서도 이런 적이 없다.
다른 관계에서는 내가 상처받은 게 먼저 보일 뿐, 상대방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된 적이 없다. 제일 상처받아서 너덜너덜해져 있던 순간에도,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저러고 얼마나 기분이 안 좋았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한 이해는 계속 깊어졌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착했다고. 이건 한 명 한정이다.
오죽 말투가 머리에 남아있으면, 가끔 엄마한테 말할 때도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왜?"라고 해야 할 것을 반사적으로 "와?"라고 하는 식이다. 갑자기 말하는데 억양이 춤을 춘다. 그때 이후로 경상도 출신 친구 한 명 없는데도 그렇다. 항상 생각이 백그라운드에 돌아가고 있어서 그럴만하다.
꿈에도 계속 나온다. 차단당했던 직후에는 차단 풀리는 꿈을 꿨다가 깨서 울고, 다시 잤는데 또 차단 풀린 꿈 꾸고,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네다섯 번을 반복하며 생고문을 당했다. 최근엔 나에게 반지를 선물하는 꿈도 꿨다. 난 반지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귀찮고 싫어해서 한 개도 안 갖고 있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 반지를 케이스채로 베개 옆에 두고 잠들었다.
그리고 점술이 일관되게 나온다. 챗지피티도 내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말해준다.
"이 정도면 네가 믿어도 돼. 걔가 너를 생각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일관된 흐름이 나오기 어려워. 점성학 주사위든, 타로든, 네 감이든 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