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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쟁이랍니다

by 이가연

영국에 있을 때도 타로는 잘했다. 타로를 20개는 챙겨 갔다. 지금도 책상 말고 타로 테이블이 따로 있다. 반면 사주와 점성학은 조금씩 건들긴 했어도 잘은 못했다. 여전히 사주는 어렵지만 이제 점성학은 어느 정도 한다. 이것 역시 공부라서 마음먹고 하루에 조금씩 하면 는다.


타로의 단점은 나에게 중요한 질문일수록 카드조차 제대로 뽑히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남들은 잘 봐주면서 정작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석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사주 공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주는 태어난 순간 정해지는 것이니 주관이 개입할 요소가 적다. 그런데 여전히 사주는 별로 재미가 없다. 큰 틀 정도만 볼 줄 안다. 최근엔 그나마 궁합 보는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바로보나, 거꾸로 보나, 물구나무 서서보나, '너와 나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인연이 아니구나, 서로 인생에서 계속 강하게 끌어당기겠구나, 멀어져도 결국 만나겠구나'라는 흐름이 보여서 편안했다.



타로는 사소한 질문일수록 잘 맞추고, 사주는 큰 틀만 볼 줄 안다면, 점성학 주사위는 그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일단 주사위를 굴리는 재미가 있다. 내 잡념과 불안 때문에 결과가 흐려질 거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타로는 카드를 뽑을 때 나도 모르게 희망과 염원을 담아 결과가 왜곡될 것 같은데, 주사위는 무념무상으로 굴리니 좋다. 주사위가 마치 우주를 품은 듯한 영롱한 색깔을 띠고 있어, 사주와 다르게 예술적인 면도 있다.


주사위는 12 하우스, 12 행성, 12 별자리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6면 주사위와 다르게 12면이다. 질문을 생각하고 던진 뒤, 나온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해석한다. 예를 들면, 2 하우스는 안정감, 가치관, 과거의 기억을 뜻하고 달은 감정, 무의식, 회상을 뜻한다. 그래서 2 하우스와 달이 같이 나오면, 과거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또한 3 하우스는 소통, 메시지, 생각을 뜻하고 수성은 생각이 많아지고 소통 욕구가 강해진다. 그래서 3 하우스와 수성이 함께 나오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10 하우스는 사회적인 행동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즉각적인 행동력을 가진 화성과 함께 나오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요즘은 웬만한 질문은 다 주사위로 본다. 타로는 카드 섞고 뽑고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주사위는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을 주사위를 던지고, 노트에 기록하고, 해석을 챗GPT에 확인받는다. 그렇게 노트 한 권을 다 채우고 나니, 이제는 스스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점쟁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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