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

by 이가연

지난 1년 간, 상실을 극복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얻은 깨달음이 많다.


작년 1월부터 6월, 상반기 동안엔 아직도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박수가 나올 정도로 많은 성취를 했다. 연초부터 '내 모습 진짜 거지 같다. 어떻게 이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니, ADHD 장점이 총 출동해서 몸이 주인의 기를 살려냈다. 1월 말에 리사이틀이 있던 건 지금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다. 약점인 집중력 분산 어려움에 도움이 되었다.


대신 에너지와 열정, 도전 정신, 다양한 관심사,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고 소통하는 능력 같은 게 최고치로 발현되어 영국 생활을 너무 의미 있게 보냈다. 물론 걔와 같이 지내던 시기에도 동아리 모임도 가고, 펍에서 노래도 부르고 활발히 활동하고 살았지만, 그보다 몇 배로 더했다. 걔가 그 버튼을 누른 거다.


지금껏 그리 살아왔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그 즉시 커리어 면에서 성취가 한 줄 한 줄 기록되었다.


그럼 딱 그만큼 우울이 찾아온다. 치유가 필요할 때 제 때 마음을 돌봐주지 못했으니까. 특히 난 계절성 우울증에 취약하다. 진작 병원에 찾아갔어야 하는데, 가을 겨울 동안은 좀 심히 고생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인생에서 무한반복된 부분이기 때문에 잘 안다. 겨울만 잘 넘기면 날씨가 풀리면 풀릴수록 자연히 좋아진다.


올해가 딱 되니, '이럴 거면 나 해외 좀 다시 나가자.'싶다. 니는 아직까지 그러냐며 앨범도 내지 말라 그러고 막 쌍욕을 하면 정말 후련하게 가는데. 그럼 정말 단 한순간도 한국땅에 있고 싶지 않아서 여권 들고 당장 갈 수 있는 아무 나라나 갈 거다. 영국에선 힘들어도 살 가치가 있었다. 한국에 살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도 맛있는 거 많은데, 일본어 잘한다.


버티는 이유가 1년 2개월째 차단을 안 푸는 사람 때문이라면, 정신 차리고 가야 한다.


영국에선 마음 힘들면 좀만 기차 타고 가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사우스햄튼에서 3시간이면 세븐시스터즈도 갔는데, 언제까지 마음 힘들다고 볼 거 없는 창원 내려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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