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 항구가 보이는 공원을 걸으면서 했던 통화가 아직 뇌리에 남아있다. 그저 바닷물 보고 산책하고 온 게 다였던 하루인데 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글을 썼다. 브런치 덕분에 알겠다. 그날이 2023년 11월 11일이었다는 거.
11월이면 밖에 오래 있기엔 추워서 길어도 한 시간쯤 얘기했을 텐데 그 한 시간이 마음을 1년 4개월을 채우고 있다. 대충 노래 얘기하고 본인이 부른 노래도 파일 보내줘서 나도 피드백해 줬다. 노래를 못하지 않았는데 선곡이 약간 안 맞았던 기억이 있다. 노래 가르쳐준다고 연습실 오라고 했는데 끝내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나는 걔가 했던 몇몇 말들이 마치 음원 파일처럼 머릿 속에 저장되어 있는데, 그때는 정확히 무슨 말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그런데 그때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진다. 숨 쉬는 게 의식이 된다.
그때 들은 노래를 듣으며 거릴 걸으면, 그 거리가 사우스햄튼이다. 여의도 찬 바람마저도 바닷바람 같다.
영국에서 지낸 날 중에 단 하나의 기억만 남겨야 한다면 그걸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