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졸업식 때문에 학교에 방문했을 때, 크루즈 싱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한국엔 없는 직업이다. 계약도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단기다. 그러니 나처럼 해외에 몇 년씩 있는 건 너무 힘들 거 같고, 짧게 갔다가 한국 들어오고 또 나가는 식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최고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은 유명하지 않은 이상 노래하면서 돈을 벌 수가 없다. 하고 싶은 사람만 너무 많아서 오죽하면 '무료로 노래하는 무대'도 다 떨어진다. 살면서 아무리 우울증이 나를 치고, 산책만 겨우 다니게 힘들던 시기에도, 노래할 수 있는 기회는 늘 찾아 지원했다. 그건 내가 죽지 않고 사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루즈 싱어로 일하면 매일 노래하며 돈 벌 수 있다. 게다가 난 배 타는 걸 좋아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사우스햄튼 대학원을 다닐 때도, 졸업할 때도, 이 학교가 내 인생에서 마지막 학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당장 박사할 생각이 없단 건 확실하다. 30대 중반까지는 어떻게든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긴 시간이 걸리는 박사 과정은 30대 중후반 이후에 할 생각이다.
항상 석사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석사가 그냥 풀펀딩이 나오기는 어렵다. 나도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간 게 아니다. 조금 할인해 줬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석사 학위가 있는 이상, 학교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면서 석사 학위를 또 취득할 수 있다.
영국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지 거기에 쭉 사는 것은 진절머리가 났다.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영국에 다시 가서 살고 싶어 하는 줄 아는 것이다. 영국 떠날 때 친구한테 10년 안에 다신 안 온다고 이를 갈았다. 그래서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거다. 커리어 및 취직을 위해 수도권에 올라온 창원, 대구, 부산, 익산, 광주 사람들이여. 일 년에 두 번 가는 건 좋아도 다시 고향 가서 살고 싶습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호주에 두 달 살아봐서 호주도 괜찮고, 미국도 당연히 갈 수만 있다면 좋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