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참 이런저런 돌발 상황들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마다 대처 방식이 제법 좋았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좋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과거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걸 '깨달음을 얻은 순간'으로 만들기는 내 역량이다.
1월 - 2월 : 너무 많이 말해서 생략한다. 커리어, 커리어.
6월 : 갑작스러운 한국 귀국
휴식으로 달랬다. 한국 오자마자, 부산 광안리 가서 일주일 있었다. 정말 하루에 한 번 산책을 제외하고는, 숙소에만 거의 있었다. 정말 예뻤던 선셋 풍격이 기억난다. 내가 한국에서 제일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가 광안리였다. 이래서 나만의 장소가 참 중요하다.
8월 : 영국
현실적으로 나를 위해서, 사우스햄튼에만 죽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동안 생각만 하고 못 가봤던 장소들도 여럿 가봤다. 내가 바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고, 당장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9월 : 본가로 들어가다
혼자 살라고 얻어준 집이, 하필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영국 기숙사 살 때 옆방 소음 때문에 고생을 심하게 했다. 아침 10시든, 오후 1시든, 밤 10시든, 옆방 소음이 들리면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들리면 바로 짐 챙겨서 나가야 했다. 그런 생활을 하다가 한국 왔는데 웬걸, 이번 집도 소음 문제를 해결해 줄 수가 없단다.
한 달 만에 그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떻게 그 이웃 소음에서 벗어났는데, 정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 모든 과정이 다 유니버스 뜻이 있을 거라 믿었다. 결국 나는 본가에 들어가 살게 되었고, 그 집에선 내가 지낼 방도 없었기 때문에, 더 큰 집으로 이사가 결정되었다. 그 소음 집 덕분에 지금 여의도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10 - 11월 : 이거 환청?
눕기만 하면, 귀에서 계속 쿵,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들 아무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환청인가 싶어서 너무 무서워 울었다. 매일밤 들렸다. 그런데 문득 심장 뛰는 속도와 같다는 알게 되고, 마음을 좀 놓았다. 그래도 귀에 소리가 그토록 크게 들릴 정도면, 심신이 약해져 있었던 거 같다. 심박수 낮추는 호흡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 시기에는 약 도움을 필히 받았어야 한다. 그래도 집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려고 했다. 조만간 12월에 졸업식 갈 생각으로 살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5월 영국을 진작 잡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