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락 오는 게 정말 귀찮은데 예의상 받아줬던 사람들이 수십 명, 솔직히 살면서 백 명 가까웠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그럼 너는 귀찮게 연락 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하냐고 물을 수 있다. 절대 답장 안 한다. 저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더 이상 싫고, 더 이상 얼굴 볼 생각이 없다면 절대 답장하지 않는다. 연락 오는 게 귀찮은데 예의상 답변해 주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 ADHD 뇌로는 이해가 안 된다.
'미안하지만 연락 그만하고 싶다'라는 말 하기가 매우 어려운 거 나도 안다. 나도 그 말은 못 하겠으니 그냥 답장 안 하는 거다. 왜 그걸 다 친절하게 답장해 줘서, 이 ADHD가 못 알아듣게 하느냐...
에피소드들이 마구 떠오른다. 한 6년 전에는, 내가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말한 거 아니라고 진짜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런 거는 네 친구들한테나 말하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작년엔 연락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어봤다. 나는 그때도 그걸 곧이곧대로, 진짜 지금보다 줄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 다 참다가 폭발한 거다.
ADHD가 ADHD짓 한 거 같은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며 인상 찌푸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이런 내가 싫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난다. 예의상 받아주는 게, 얼마나 서로에게 힘이 드는 일인가. 상대는 계속 억지로 참으면서 답장해야 되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조잘대고. 나는 사람들과 서로 교류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의무로 받아주는 거였다면,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고 한탄스럽다.
그동안 한두 번 만나고 끊긴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분명 만났을 때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중에 진짜로 좋은 게 아니었던 사람들도 있었을까. 그들은 예의를 차린 건데, 나만 너무 좋아가지고 방방 뛰었다가 후속 약속이 해도 해도 안 잡히니까 내가 상처받은 사람이 그중에 얼마나 있던 건지 궁금하다.
몇 번을 만나자고 물어봐도 약속이 안 잡히면 그건 만날 생각이 없는 거다.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몇 달 전부터는 두세 번 시도하고 안 되면 상대를 아예 카톡, 연락처에서 삭제한다. 그래야 계속 그러는 걸 막을 수 있다. 안 그러면 안 막아진다. 되면 내가 진작 잘 살았겠지. 한 사람에게 만나자는 말을 열 번 가까이해도 못 만난 적이 솔직히 많다. 상대가 핑계를 대면, 나는 그 핑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물어보고, 상대는 계속 새로운 핑계를 대고 그 패턴이 인생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반복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또 똑같은 상황이 와도 나는 그걸 핑계라고 뇌가 인지할 수가 없다.
얼마 전 검사에서, 사회 불안이 상당히 높다는 말을 들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는 거,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는 거, 사람들 있는데서 전화하는 거 등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 회피 정도가 심한 거다. 나의 한계, 어려움에 대해 알고 나니, 더 두려움이 커진 거 같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참 좋아하던 나인데, 사회적 신호 읽는 것에 한계를 알고 나니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졌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만 만나고 싶어졌다. 내가 ADHD임을 알든 모르든, 직설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나고 싶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