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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아니, 처절하다

by 이가연

어제오늘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은 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차라리 영어로 써서 아마존에 냈으면 몇몇 친구들이 바로 구매했을 거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인스타, 스레드, 뮬, 그라운즈 등 할 수 있는 모든 SNS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유튜브는 아직 올리지 않았지만, 전에 출간한 두 책도 영상을 제법 올렸지만 조회수도 많지 않았다. 블로그는 이웃수가 천명 이상으로 열심히 키워뒀기 때문에, 네이버에 실용음악 유학, 실용음악 책, 보컬 책 등 검색하면 전부 상단에 뜬다. 아직 부크크를 제외하고 온라인 서점에 입점 승인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홍보로는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걸 안다.

카톡으로도 할 수 있는만큼 공유했다. 생각해보니 한 명이라도 구매를 했다면, 내가 책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이라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리가 없다. 평소에 외롭다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너무 외로워졌다. 그동안 외로움을 몰랐던 건, 워낙 ADHD 뇌가 24시간 풀가동 중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 저 생각, 이 행동, 저 행동 아주 모터 달린 듯이 사는 게 ADHD다. 그런데 이렇게 모처럼 노트북, 책, 타로 없이 오사카 호텔방에 가만 누워있으니, 처절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조차 느낄 새를 주지 않았구나. 그게 더 슬프다.


한국에서만 26년을 살았는데, 고작 몇 달 산 영국에서 들인 노력이 클까, 한국에서 쏟아부었던 노력이 클까.

1부 '너 지금 도피 유학이니?'에도 언급되는 부분이지만, 1순위는 한국에서 잘 되는 건데 잘 안되니까 2순위로 간 것도 맞다.


외국인은 나에게 크게 상처 준 적도 없고, 영국에선 하는 만큼 즉각즉각 기분 좋은 성과와 이벤트가 생겼다. 반면 한국인은 너무할 정도로 아픈 상처를 수십명이 주었고, 더 너무할 정도로 기회를 두드리고 두드려도 내 주먹만 아작이 났다. 년을 지금껏 그랬다.


오죽하면 고작 7.5개월 살다온 영국을, 작년 6월에 도망치듯 떠난 영국을, 놓지 못할까.


한국에서 가족, 친구, 커리어 (일자리, 소속사, 출판사, 공연팀) 중에 단 하나라도 멀쩡했다면. 한국인과 한국에서의 커리어에 왜 이렇게 상처가 클까. 너무 간절히 원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오빠를 왜 양엄마라고 부를까. 이걸 지구 상에 오직 오빠만 알아주기 때문이다. 모든 카테고리가 하나하나 박살 나있음에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컨텐츠 백개를 만든 나를 보며 대단하다고 남들 같았으면 벌써 쓰러졌다고 해준다.


이 감정에도 다 이유가 있고, 이걸 겪는 데도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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