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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천재로소이다

내가 살아남는 방법

by 이가연

난 언어 천재가 맞다. 인정한다.

나도!!!!!!! ADHD 뇌를 타고났는데 획기적인 장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부럽다면 'ADHD와 나' 매거진 정독을 추천한다.

외국어를 잘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능력이 있는데 첫째는 별로 노력을 안 들여도 사진처럼 쓰윽 보면 머리에 잘 들어온다. 이건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서 머리가 좋아서 그동안 발견이 안 됐던 거라 했을 때 기분이 오묘했다.

둘째는 오랜 시간 들여다보지 않아도 잘 안 잊어버린다. 이게 나쁘게 발현되면, 상처받은 것도 잘 못 잊어버리고 머리에 박히나 보다. 마지막은 외국인을 만나도 떨지 않고 잘 말한다. 이것도 ADHD라서 일단 뱉고 보는 것이다. 주어가 어쩌니 동사가 어쩌니 해본 적이 없다. 말도 잘하고 자기표현도 잘하고 겁이 없는 이 모든 게 ADHD 장점이다.

신이 나를 가엾이 여겨, 뇌의 어느 부분에는 특출남을 주심이 분명하다.


일본어는 사촌 동생에 대한 사랑으로 중고등학교 때 시작했다면, 중국어는 그냥 '일본어 잘하니까 다음!!' 하면서 성인 되어서 시작했다. 회화반을 레벨테스트 보면서 1>3>5단계로 점프했다. 초중급을 일찍 끝마치고 고급 회화반에서 6개월 이상 있었다. 자유롭게 하고싶은 말 다 하는 데까지 1년 안 걸렸다. 딱 학원에서 주 6시간 정도만 했다. 집에 와서 책 안 펼쳤다.


스페인어 역시 '나 이제 중국어도 잘하네? 그럼 다음은 사용 인구수가 많으니까 스페인어 고고'하면서 시작했다. 아직 프리토킹은 불가하나 기본적인 회화는 된다. 스페인어는 마음에 드는 학원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는데, 대략 3년 전에 에콰도르 사는 튜터와 1대 1 수업이 마음에 들어 몇 달 했다. 최근 오랜만에 수업 다시 시작하는데 그동안 공부했냐고 튜터가 놀랬다. 다른 데서 수업 안 들었는데, 역시 잘 안 까먹는구나 깨달았다.


일본어랑 중국어 같이 하면 안 되고, 스페인어랑 불어 같이 하면 안 된다. 말할 때 단어가 섞인다. 그래서 지금은 일본어, 스페인어 한다. 시기 별로 이렇게 골라서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이래서 인생이 너무 힘들고 정신 질환이 심해지는 것 같을 때마다 외국어, 외국인, 외국으로 도망쳐왔다. 내가 살아가는,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다 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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