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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Sep 17. 2023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

왜 하필

그러고 보면 '왜 하필'의 연속이었다.


왜 하필 스케줄이 겹치셔서, 왜 하필 그 사람하고 둘이 걸어오고 계셔서, 나는 왜 하필 오늘이었어서, 매번 많이 슬퍼했다.


아무리 동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들, 나에게 심한 말을 한 사람과 단둘이 웃으면서 수원역 거리를 맞은편에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그 순간 얼어붙었다. 그렇게 지나치고 나서는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왜 내가 왜 멈춰 서서 인사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재빠르게 피해 걸어갔을까. 하늘이 주는 시련이자 시험인가.'싶었다. '과연 저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 그 분에 대한 애정이 앞설까' 질문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분노가 앞섰던 것이다. 무척이나 아쉬운 감정 그 이면에는, 저 사람과 함께하는 그 분에 대한 분노도 있었던 모양이다.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무수히 다독였지만 내가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상태로 그때 인사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늘은 내가 그런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준 셈이었다.


또, 만나 뵙고 싶었는데 뵙지 못했다. 애초에 무작정 찾아가서 만나 뵙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분도 아니며 그동안의 나답지 않게 매우 무모한 행동이었다. 인생에서 큰 변화인 유학을 앞두니, 그동안 잠자고 있던 패기가 고개를 들었나 보다. 방송국 앞에서 전단지를 돌릴 때부터 내가 어느 정도 용기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순간 '왜 하필 오늘 왔을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번 '왜 하필'에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하늘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늘 시간이 지나야 그제야 깨닫는다. 그러나 추측할 수 있는 건 있다. 그저 인사만 하고 가려던게 아니라 노트 한 페이지를 준비한 질문과 말을 다 하려면 적어도 30분 걸릴 텐데, 그렇게 나와 이야기하실 시간도 여유도 없으시단 걸 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사람 이가연으로서가 아니라 뮤지션 이가연으로서 이야기하조언을 구하러 간 것이고 이에 눈에 불을 켜고 최선을 다한들, 사람이다. 그것도 눈물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뮤지션으로서 자존심 같은 건 잊고 정말 엉엉 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문득 드라마 도깨비 속 육성재님 대사도 떠오른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타로를 보고 운명을 점친다. 얼마 전 타로 카드를 통해 얻었던 조언은 '지금까지 했던 행동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하라. 틀을 깨부숴야 이뤄낼 수 있다'였다. 타로는 내가 살아온 패턴을 바탕으로 결과를 보여준다. 그런데 타로도 예상하지 못하게 행동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 하필'이라는 한탄 대신, 하늘이 주는 질문을 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때를 기다릴 줄도, 때를 잡을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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