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10cm '너에게 닿기를' 노래를 듣다가 대학교 1학년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학교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다. 다만 미처 영상은 못 찍었고 사진도 없다. 고로 내 기억 말고는 이 노래를 무대에서 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땠는지, 어떤 과정으로 합주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9년 전인 데다 사진, 영상도 없으면 기억을 되새길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난 작년에 그 소설을 쓰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그걸 쓴 이유와도 같다. 잊고 싶지 않아서 쓴 거다. 목적은 이루었으나 치러야 했던 대가가 너무 컸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괴로워하면서 완결하지 말고 한 5-6화 정도까지만 쓰라고 하고 싶다.
작년 8월에 영국 가는데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원인이 그거였다. 그냥 쓰는 게 아니라 거듭 수정하고 업로드하면서, 이미 몇 달 전에 발생한 일들인데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생생히 느꼈다. 특히 ADHD는 풍부한 상상력과 깊게 몰입할 때는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때 그 장소로 당장 돌아가지 않고는 못 살겠는 상태가 됐었다.
엊그제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막고 트라우마를 잊는데 도움을 주는 약을 받아왔다. ADHD 증상 중 하나는, 과거의 기억이 자꾸 일상 속에 침투하는 거다. 반복적으로 되새김질할수록, 그 기억들은 더 선명히 각인된다. 비 ADHD인이 겪어보지 않고 이해할 수가 없다.
자꾸 떠오르는 생각을 내 의지로 조절할 수는 없다. 나도 매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이 떠오르는 걸 싫어한다면 바로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꿈에서 괴롭다. 약이 효과가 있어서 더 편안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