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다음 사적인 상황이 ADHD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AD : 저도 독서 좋아해요.
비AD : 어떤 분야의 책 주로 읽으세요?
AD : 저는 주로 에세이요.
비AD : 추천해 주실 만한 책 있으신가요?
(이 문제를 맞히는 비 ADHD인은 없으리라.. 있다면 ADHD 도사로 인정합니다.)
ADHD인은 머릿속에 일반인보다 몇 배로 생각이 많고 마치 브레인스토밍 먹구름처럼 떠다닌다.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그걸 논리 정연하게, '선택'해서 대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즉각 받는다. 비 ADHD인이라면, 면접 상황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면접은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고 취미를 4-5개를 늘어놓으면 안되고 한 가지만 딱 정해서 그거에 대해서 핵심만 이야기해야한다. 그래서 위와 같은 상황은, 공적인 상황에서만 납득 가능하다. 이미 스트레스받는 자리란 걸 알고 있으니까.
ADHD인은 기본적으로 말이 많다. 생각이 많으니 당연히 말도 많다.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하여 술술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질문을 받아서 그렇게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상대방이 "저도 책 좋아해요. 요즘 ~~~ 읽고 있어요."라고만 말했어도, 저도 어제 도서관 갔다 왔는데 이거도 읽고 저거도 읽고 도서관은 어땠고 저쨌고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기회를 상대방이 무시한 느낌이다.
ADHD인은 뭐든지 다 드러내고 진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뇌의 시스템이다. 본인도 안 그래도 된다는 걸 아는데 의지대로 안 된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책의 종류가 너무 많은데 고작 '에세이'라고 퉁치는 게 스트레스받는다.
이건 훨씬 난이도가 더 낮은 문제다.
문제. ADHD인이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스트레스받는 이유를 서술하시오.
한국에는 스몰 토크 문화가 없다. 집 - 회사 - 집 - 회사를 반복하다가 어쩌다 취미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일단 질문부터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
(잠깐 자랑을 하자면, 영국에 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평생 산 사람처럼 그렇게 외국인들에게 말 걸고 스몰 토크 잘하는 한국인 유학생? 절~~~~~~~~~대 없다. 그러니까 고작 7.5개월 살고도 책 한 권 쓴 거다.)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개방적이지 않다. 심리 검사에서 정서적 개방성 영역이 최상위권으로 나왔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에 대해서 주절주절 떠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게 외국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한국인과는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내가 얘기한 만큼 상대방도 얘기하길 바라는데, 대화가 끝나면 나만 내 얘기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아마 한국인은 '안 물어봤으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할 거다. 내가 원하는 건 서로 물어보지 않고 서로 술술 말하는 관계다. 처음 보는 사람하고 어떻게 술술 말하냐 싶으면 그냥 때려쳐라...
그래서 나와 친한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ADHD 성향을 다 조금씩 가지고 있다.
누군가 한국이 왜 싫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렇게' 질문하기 때문에 싫다고 할 거다.
진단 받은지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은 나보다 이 채널 릴스에 ADHD를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많이서 추천한다.
https://www.instagram.com/reel/DCzAqcLzTA4/?igsh=M2x1ZzVwdDk1NG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