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감정이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나의 모습을 제3자가 볼 때, 분명 외로움을 느낄만하다. 엄마 말고는 직접 얼굴 보고 사람하고 말할 일이,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
그런데 내가 이토록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런 생각이 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ADHD 뇌는 눈 떠서 잘 때까지 항시 바삐 돌아간다. 집에 있으면서도 계속 뭔가를 막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오빠에겐 한국어로, 영국인 친구에겐 영어로, 20개든 50개든 100개든 메시지를 보내둔다.
'그립다'는 감정은 잘 알겠다. 그건 특정 누군가가 보고 싶은 거고, 특정 과거에 대한 거니까. 그런데 외로움이란 어떤 특정 욕구 때문에 드는 감정이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감정이라면, 오빠나 영국인 친구 둘 다 답장이 24시간 이상 없으면 이 사람들이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외롭다고 느끼는 거 같다. 하지만 24시간만 안 지나면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일당백이 되어주는 엄마, 오빠, 친구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