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연애든 결혼이든 뭔가 콘텐츠를 접하면, '애초에 이런 게 문제가 되는 거부터 사랑하지 않는 건데 연애 왜 하지? 결혼 왜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연애는 경험을 쌓든 외로워서든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혼은 이해가 안 된다. 혹시 결혼도 애를 갖기 위해, 이 나이에는 해야 할 거 같아서, 신혼부부 대출 같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건가. 솔직히 친구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런 걸 말할 사람이라곤 결혼 안 한 오빠뿐인데, 오빠가 나보고 사랑에 있어서 내가 누나라고 한다.
예를 들어 A의 단점이 B가 고민이다. B가 계속 싫어하는데도 안 고치면 A가 사랑이 부족한 거고, A가 계속 노력하고 좋아지는데도 이게 문제면 B가 사랑이 부족한 거다.
어느 쪽이든 사랑이 부족한 탓이다. 간단한데. 서로 마음의 크기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면 헤어질 수밖에.
이 원리를 친구 관계에서 적용하기 시작했더니 삶이 편해졌다.
나랑 같이 있을 땐 계속 카톡 했으면서 내 카톡에는 4일 동안 답장을 안 한다. >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항상 나만 약속을 잡으려 하고 애써 잡힌 약속마저도 상대의 사정으로 파투 난다. >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이 사람 마음의 크기는 나와 다르다는 걸 자꾸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 사람은 애초부터 친구 안 하려 하는데, 기존 인연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 사람과 더 친해지고 싶은데, 저 사람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니까 그동안 힘들었다.
친구 관계에선 적용이 되는데, 당연히 연애에서는 인정하는 게 너무 슬프고 힘들 거다. 그래서 저 사람 대신 내가 총 맞을 수 있을 정도 아니면 연애 안 하겠다고 한 거다.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이걸, 연애 안 한다는 말을 돌려 말한 줄 알 수도 있겠다. 문자 그대로 진심이다.
어제 누군가가 SNS에, ADHD 진단을 받고 남편에게 말하기 전까지 전전긍긍하고 혹시 이혼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생각했다는 글을 보고 도저히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이 'ADHD와 나' 매거진을 정독하지 않은 사람하고는 연애도 안 할 건데... 당... 당연한 건데... 내가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면 안지 한 달 만에 말하지 못하는 말이 거의 없다. (그러니 그렇게 상처받고 살지. 그러니 주변에 남은 사람들은 다 ADHD 성향이 조금씩 있지.)
갑자기 장애인이 되든, 시한부 인생이 되든, 부모가 자식을 버리나. 결혼은 동반자가 아니라 사실상 부모의 마음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건 희생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 저절로 가는 거니까. 이는 어쩌면 내가 어릴 때 받지 못한 어느 한쪽의 결핍 때문에 내가 주고 싶어 하는 걸 수 있다.
친구 관계든, 사랑 관계든, 마음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 내 마음이 확고한 이상, 분명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당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