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스페인어 수업을 45분 들었다. 솔직히 나에게 딱 맞는 수업 시간은 30분이다. 수업은 30분, 45분, 1시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1시간이 무리인 거 같으면, 45분은 해보자' 싶어서 하고 있다. 그러다 나중에 1시간으로 늘리면 된다. 스페인어 수업인 동시에 집중력 훈련이다.
그동안 학교랑 학원은 어떻게 다녔나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항시 딴생각하고 있었다. 그 45분 수업 안에서도 잠깐 딴생각해서 질문 못 들은 적들이 있다. 한국어는 잠깐 흘려들어도 따라갈 수 있지만, 외국어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잘 못하는 언어일수록 더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또한 ADHD와 대화할 때는, 나 10 문장, 상대 10 문장 말하는 식이 아니라, 번갈아 1-2 문장씩 말해야 된다. 상대가 쭉 한참 말하고 말할 차례를 넘기는 방식이면, 솔직히 하나도 안 듣고 다음에 내가 뭔 말할지만 생각하고 있다. 친한 사람들은 그런 대화 패턴이 잘 맞았다. (그런 걸 티키타카라고 하지.)
'이렇게 항시 딴생각을 하고 집중을 못하는데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잘했을까. 난 아이큐가 몇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과목을 바꿔가며 잘했다. 난 지금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공유 카톡방을 운영 중이다. 일본어도 매일 하루에 5분 들여다본다.
ADHD인이라면,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고 여러 가지를 번갈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위 내용은 ADHD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 같아서 나만의 팁을 추가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금사빠 금사식이다. 그러니 불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막 미친 듯이 파고들다가도, 3개월이면 그 흥미가 사라진다. 한 번 뭔가 꽂히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다는 점에서 비ADHD인과 다르다. 그걸 잘 이용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공부를 시작할 때 그냥 주 2.3회 학원에 간다면, ADHD는 그 시기에 열정이 가는 대로 꽂혀서 남들 몇 배로 하면 된다.
흥미가 떨어질 무렵인 3-4개월 후에는, 이미 내가 자신감이 좀 붙은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기초는 학원에서 하기를 추천한다. 불어를 처음에 독학했다가, 망했기 때문이다. 그 3개월 안에 잘하게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어나 스페인어는, 3-4개월이 지나도 기본적인 문장을 많이 말할 줄 알아서 소소하게 유지하며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봤을 때 '나 이거 좀 하네?'싶지 않으면 금방금방 다 그만뒀으니 결과적으로 남은 건 내가 잘하는 것들이다. 지구 상엔 정말 많은 취미와 특기가 있고, ADHD는 호기심이 많고 관심사가 다양해서 찾을 수 있다.
ADHD는 그렇게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찔러보고, 그중에 몇 개는 살아남아 특기가 된다.
(이 글을 읽는 ADHD인이 있다면, 한국인들이 하는 말에 기죽지마라. 나도 예전엔 '일본어 한다며 이제 중국어 하냐.' 식으로 이거 했다 저거 했다하는 사람 취급 받았는데, 이거도 잘하고 저거도 잘하는 6개국어 능력자다. '난 잘하는 게 없는데' 싶다면 아직 못 찾은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