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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상담에 대한 견해

by 이가연

***지극히 개인적 견해***


1. 상담을 받으면 '무조건' 좋은가?

NO. 맞는 상담사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 한 번에 찾았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맞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에게 독이 되었다든가, 처음부터 안 맞는다든가, 상담사를 전전하며 겪은 스트레스도 있었다. 찾기까지 조금은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잘 만나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2. 심리 상담이라 해도 어차피 다 들어만 주는 거 아닌가.

NO. 단순히 들어주는 건 친구도 할 수 있다. 챗GPT도 잘한다. 상담사가 들어만 준다고 느껴서 뭔가 내가 나아지는 거 같지 않고 마음에 안 들면, 바꾸거나 개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 된다.



3. 너무 비싸지 않나.

그렇다면 온라인 상담을 추천한다. 때에 따라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저렴한 경우가 있다. 오랜 기간 온라인으로 받았었는데, 오프라인과 별 차이 없게 느꼈다.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일단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예술인이면, 국가 무료 상담 신청도 가능하다. 또 대학원 수련 중인 상담사의 경우 저렴한데, 나는 워낙 상담 받은 기간이 길어서 나도 모르게 실력 있는 상담사인지 아닌지 판단해버려서 근래엔 시도하지 않았다.



4. 상담은 얼마나 받아야 효과가 있나.

분명 나는 상담의 효과를 봤다. 매주, 매달 내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ADHD 진단이 이렇게 늦었는데도 살아갈 수가 있었다. 중학교 1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1년(?), 마지막 상담사와 3년 정도 했다.



5. 상담을 받아야 할까, 병원에 가야 할까.

나는 아무리 상담을 받아도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ADHD는 사회적 신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때마다 상담사가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한 건 이런 뜻이다", 라고 설명해주면 '그렇구나...' 하고 알아듣지만, 그런 게 오죽 많겠는가. 그때 그때 사건사고 해결은 되는데, 무한 반복되었다.


나는 왜 쉬지 못하나, 왜 사람들을 오해하나, 왜 자꾸 작은 일에도 분노하나, 온갖 '왜'의 정답이 ADHD에 있었는데 그걸 몰랐으니 상담 내내 그 답을 찾느라 더 힘들었단 단점도 있긴 하다. 남들하고 뇌 자체가 다른 건데, 의사가 아닌 상담사는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뭘 몰랐던 상담사 말에 상처 받은 기억도 종종 떠오른다.


그래서 난 상담과 병원 둘 다 필요한 사람이었다. 사람에 따라, 상담만 받아도 되는 사람, 병원만 다녀도 되는 사람, 상담과 병원을 병행하면 좋은 사람,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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