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구 있고 싶다. 친구 보고 싶다. 마카오 갈까. 도쿄 갈까.' 하며 슬펐다. 그나마 지금 영국은 빠져있다. 다음 달에 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서울에 아무도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정말 100% 편한 사람들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흩어져있다. 한국에서 26년을 살았는데, 가끔 미치고 팔딱팔딱 뛸 거 같다.
그럴 땐 밀크티를 마시러 간다. 영국 가기 전엔, 밀크티를 일부러 찾아 마시진 않았다. 영국에 있을 때 거기 있던 밀크티가 맛있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마셨다. 그랬더니 중독이 되어 한국 돌아와서 한동안 엄청 찾았다. 열다섯 군데 정도 시도했는데, 딱 세 군데 찾았다. 나머지는 너무 달기만 하고 밀크티 맛이 안 나서 한두입 먹고 버리게 됐다. 진짜로 한두입 먹고 버리는 사람이다... 아깝다고 그래도 마시질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두마디만 채팅해도 바로바로 차단한다.
이미 작년에 시도하느라 진이 빠져서, 여의도 집 근처는 아직 안 찾아봤다. 밀크티 찾는 것도 이렇게 진이 다 빠질 정도인데 사람은 오죽했겠나. 이런 내가 너무 힘들다. 이것도 분명 ADHD 연관일텐데, 하고 생각해보니, 감각의 과부하 때문이다. 미각도 엄청 예민한 거고, 한두마디만 나눠도 그 조금의 불편함을 바로 강하게 느낀다. '도저히 못 견디겠는 느낌'을 비 ADHD인에 비해, 몇십배로 자주 느끼는 기분이다.
대신 내 맘에 드는 밀크티라도 마시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어쩌다 보니 영국에 있는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소울 푸드가 됐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이 영국에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다시 가서 살 생각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최선이다.
이건 밀크티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다.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좀 더 가까운 밀크티집을 찾고 싶다. 그건 할 수 있을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