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해석

by 이가연

꿈해석하는 걸 즐긴다. 어제 꿈에서 누가 나를 밀쳤다. 주저앉았다. 일어나서 따라갔다. 주저앉는 바람에 놓친 거 같아서 후회하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찾았는데 글쎄, 기차 타고 이미 출발한 모습을 봐버렸다. 그럼에도 다음 기차 오는 걸 잡아서 탔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었고 목적지는 일본이었다. 창밖이 마치 미래 도시처럼 몽글몽글 화려한 걸 보면서 꿈이 끝났다.


일본은 그냥 영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꿈이란 게 원래 그렇다. 보통 내 꿈에선 대화가 잘 등장하지 않는 거 같다. 그러니 진짜 신체적인 밀침으로 나온 게 아닐까. 꿈인데도 상처 받았다. 중요한 건, 주저앉았는데 다시 일어나서 따라간 거다. 그리곤 놓친 거 알면서도 기차에 탄다. '따라오는 걸 막진 않네. 그래도 그거라도 어디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도 '앨범 내는 걸 막진 않네. 저거 노래 낸다고 욕하지 않는 게 어디야.'였던 거 같다.


서울에서 일본까지 어떻게 기차 타고 가나. 불가능한 여정이다. 평소 영국이 제발 일본처럼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내 바람이 반영된걸까.


예전에 ADHD 약 시도해보다가 부작용으로 계속 자다가 소리 지르며 깬 적이 있다. 의사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그게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저항하기 시작한 증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약 부작용으로 일어난 악몽에서 내가 맞고만 있지 않았다. 소리 지르면서 깬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꿈에서 밀쳤는데 주저앉아 울 수도 있었다. 기차 타고 출발한 거 보고 거기서 또 좌절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밀크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