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면서 제일 속 터졌던 건, 나 빼고 다 중국인이었던 게 아니라 교수들이 메일 답장을 안 하는 거였다. 답장을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 주는 사람은 꼭 답을 해야하는 메일들에도 계속 안 줬다.
한 번은 졸업 공연 문제로 음악학부 거의 모든 교수가 cc 걸린 메일이 있었다. 학교 다른 부서랑 메일 주고 받는데, 나를 'chinese'라고 부른 일이 있어서 열 받아서 그 메일에 이런 인종차별이 있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무서울 정도로 갑자기 메일이 우르르 쏟아졌다. 이 교수가 답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아니 이 사람도? 이 사람마저도?? 싶을 정도로 빠르게 답장이 왔다.
거기서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이 사람들 답장할 줄 아는구나. 그리고 내 입에서 '인종 차별' 단어 나오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 그도 그럴 것이, 전부 백인들이었으니까. 오빠가 그러길, 그 메일 보자마자 교수들이 '오우 쉣'하면서 다급해졌을 거라고 했다.
다음 달 영국에 가는 건, 단순히 친구들 만나기 위함이 아니다. 학교 다니는 걸 정말 좋아했고, 할 수만 있다면 대학원을 한 번 더 가고싶다고 여전히 노래를 부른다. 얼른 학교 가고 싶다.
2월부터 계속 메일을 보냈는데 약속 잡힌 게 아직 하나도 없다. 커리어 컨설턴트만 5월 9일에 시간 된다고 나의 다른 스케줄 잡히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 컨설턴트는 메일 답장을 잘하기 때문에 책에도 인터뷰가 실렸다. 서면 인터뷰 해달라고 다른 교수들에게도 물론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다 없었다. 올해 학교에 메일 씹힌 것만 열번이 넘는다.
결국 사람이다. 영국에 정 떨어지는 것도 사람이고, 가고싶어 미치겠던 것도 영국인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