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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폭

by 이가연

영국에서 느낀 감정의 폭이 -100에서 100까지라면

한국은 -70에서 30까지인 거 같다. 그러니까 엿 같지.

30을 100으로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영국

친구랑 펍에서 수다 30

펍 공연 50

졸업생 파티 80

학생상 시상식 100

기차 1시간 지연 -20

3만 원 가까이 주고 시킨 음식 한 숟갈 뜨고 못 먹음 -20

아플 때 -40

밤늦은 시간에 옆방 시끄러워서 공용 공간 피신 -50

진짜 아파서 못 나가겠는데 시끄러워서 울었음 -100



한국

밖에서 맛있는 음식 먹을 때 20

책 출간 및 기사 뜸 20

언니랑 재능 교환 30

펍 공연 30

아플 때 -20

집 밖에서 분노할 때 -60

집에서 분노할 때 -70




한국은 다 고만고만하고, 영국은 이따금씩 도파민이 터졌다. 한국은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고, 영국은 옆방이 시끄럽기까지 하면 기절할 거 같았다.


한국은 펍 공연을 해도 정말 많이 해본 일이지만, 영국은 전부 외국인들 앞에서 노래하는 거라 도파민이 터졌다. 한국은 뭘 먹어도 맛있고, 어쩔 땐 감격을 하지만, 영국은 그냥 평범하게 먹을만해도 감격했다.


한국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흔하게 분노하게 하는데, 영국은 누구나 인정할 옆방만 분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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