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지음 / 메멘토
글 쓰는 일이 작가나 전문가에게 주어지는 소수의 권력이 아니라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이길 바란다.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 '최소한의 권리'라는 구절이 와닿았다. 부디 많은 ADHD인들이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걸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글쓰기가 습관화되어 있는 거 같다. 수많은 잡생각이 계속 떠돌면 얼마나 괴롭나. 글쓰기는 내게 분리수거 후 재활용이었다. 일단 쭉 다 뱉어내고 필요 없는 말은 걷어냈다. 그리곤 지저분하게 맴돌던 생각이 결과물로 나온 걸 즐겼다.
작가는 가슴에 구멍이 난 사람이다. 그 구멍을 언어로 메운다.
이 책에서 가장 울림을 준 문장이다. 난 글과 노래로 메운다. 곡이 나올 때, 글이 나올 때를 잘 살펴보면, 가슴에 난 구멍이 유독 쓰라리고 아픈 날이다. 근래엔 브런치 글을 하루에 다섯 개, 여덟 개도 발행한 적이 있다.
글쓰기는 용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삶이다.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계속 쓴다. ADHD인이 솔직하다고 해서 다 글을 쓸까. 다년간 상담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나와 맞는 상담사가 없는 지금, 글쓰기가 치유적 효과가 좋으니 나도 모르게 계속 쓰게 되는 듯싶다.
인생이라는 책에서 한 페이지만 찢어낼 수 없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품고 가야 하는 것.
내가 쓴 '영국에서 찾은 삶의 멜로디'는 내 마음대로 편집한 나의 영국 생활이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엔, 책에 나오지 않는 아주 거지 같던 날들도 많다.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며 그걸 품고 간다.
가슴에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많다. 작은 자극에도 촉발을 받고 영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 ADHD인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이래서 약을 먹고 글쓰기와 작곡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이해가 된다. 일상을 남들보다 힘들게 사는 대가다. 훌륭한 거긴 한데, 자극에 조금만 제발 둔해졌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단계가 있다. 마음에 걸리는 것 일단 쓰기. 어지러운 생각들을 자유롭게 마구잡이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편집하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서 덜어내고 보완한다.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다. ADHD인이여, 제발 글을 써라.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판단하는 거, 머릿속의 생각 덜어내는 거 어렵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미쳐버렸을 거다.
'이 책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물음을 던져보면 출판 여부의 판단이 쉽다고 했다.
'영국에서 찾은 삶의 멜로디'는 영국 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도 한 번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하길 바라며 썼다. 내 책을 읽고 '나는 좀 가기 힘들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영국 한 번 살아볼까.'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첫 책 '인디 가수로 살아남기'는 이제 막 싱어송라이터, 음악인을 꿈꾸는 사람을 위해 썼다. 보컬 전공이 아니더라도 음원을 발매하고 싶고, 공연을 다니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1부는 음악, 2부는 공연 이야기다.
인간의 사는 힘은 강하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영국 못 가니까 영국 떠오르게 하는 카페 가고, 당장 친구들 못 만나니까 채팅으로라도 많은 말을 한다. 며칠 전, 나의 모든 힘듦을 아는 오빠가 나보고 도대체 어떻게 사냐고 진심으로 그 비결 좀 알려달라고 해서 엄청난 칭찬으로 들렸던 적이 있다. 나도 이런 나를 끌고 27년을 살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데 익숙해져서, 그때그때 살 길을 찾는 데 도가 튼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