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 문빈 이야기
누군가를 추모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다. '나는 팬도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생각했었다. 동료 연예인도 아닌데 왜.
무의식에 동료 가수로 생각했으니까. 다른 직업의 연예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데, 또래 가수일 때 그런다. 또한,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찌어찌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들은 영영 이 삶을 잃어버렸단 생각에 어찌 이입을 안 할 수 있나.
자살에 원인 붙이는 걸 질색한다. 내가 만약에 2018년에 죽었다면, 그건 우울증 때문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ADHD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 아무도 내가 ADHD인 거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다 파헤칠 생각이 아니면, '왜 죽었는가'에 대한 물음을 사람들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은 사람들 데려다 놓고 죽을 수밖에 없도록 살면서 영향을 미친 모든 걸 얘기해 보라 하면 20개씩은 나올 거다. 그건 그 사람만이 안다.
2년 전 오늘, 한강을 걸으며 엄청 울면서 상담사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곤 오디션 보러도 가본 적 없는 판타지오 소속사 건물 앞에 갔다. 입구에 이미 수많은 포스트잇과 꽃, 초코에몽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초코에몽을 보고 더 실감이 났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초코우유를 갖다 놨을 정도로, 어린 사람이라는 게. 그러다 옆에 있던 외국인 가방에 달린 키링을 보고 말을 걸었다. 그 키링에 문빈 얼굴이 있었다.
그때는 추모 공간이 마련되기도 전이라, 건물 앞에서 멀뚱멀뚱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내가 걸어서 가까운 봉은사로 데려갔다. 거기서 둘이 초를 사서 하나씩 켜두고 기도하고 왔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좀 울컥하다. 그다음 날에는 만나서 인사동도 구경시켜 주고, 사옥에 이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고 하여 같이 또 갔다.
하라 장례식장에서도 옆에 있던 일본인에게 말을 걸었다. 가수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국까지 날아올 정도면, 엄청난 팬인 건데 일본어로 말을 걸면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종현 장례식장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았고, 돌아다니면서 초콜릿을 나눠줬다. 종현 때는, 처음으로 그렇게 한 백 명 넘게 한 자리에서 통곡하는 걸 봤다.. 우는 사람 안아주기도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계속 기억하는 거다. 존 레넌이 사망한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비틀스 노래를 계속 듣는 거처럼, 그들이 남긴 음악을 기억하면 된다.
오늘 하필 비까지 와서 참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을 듯싶다..
동생인 수아 씨가 부른 노래로, 나도 공연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나도 울 거 같은데, 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저 어린 사람이 얼마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겼을지, 미처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같은 어려운 말로 추모하기엔 정말 어린 사람이다.
25살.
나랑 동갑이었다.